[숫자는 솔직하다] 극한직업 투수편, 권혁은 진짜 고생했나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6.16 05: 55

야구는 곧 기록입니다. 숫자만으로도 녹색 다이아몬드가 머릿속에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은 야구만이 갖는 매력이 아닐까요. 그라운드의 숨은 기록을 새롭게 밝혀내 독자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
타자는 어지간히 타석에 들어서지 않는다면 혹사라는 말이 잘 나오지는 않는다 . 그렇지만 투수에 대해서는 쉽게 혹사를 이야기한다. 올 시즌 KBO리그에서는 여러 투수들이 치열하게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각 부문별 극한직업 선수를 꼽는다면 누가 주인공이 될까.
▲ 근무시간 1위 - 조쉬 린드블럼(롯데)

단순하게 누가 가장 많이 일했는지 따져보자. 투수는 투구수, 그리고 이닝으로 말한다. 보통은 이닝과 투구수가 비례한다. 올 시즌 최다이닝 투수는 린드블럼이다. 14경기에서 벌써 96⅓이닝을 던졌고, 9이닝 완투도 2번이나 있었다. 가볍게 경기당 투구수도 109.9개로 1위, 평균 투구이닝도 6⅔이닝으로 1위다. 그래서 롯데 팬들은 그를 '린동원'이라 부르고, 때로는 '우짜겠노 여기까지 왔는데'라는 감독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한국어 공부에 열심인 린드블럼이 언젠가는 '마 함 해보입시더'라고 할지도 모른다.
▲ 출근 1위 - 임정호(NC)
선발투수가 주 1일, 혹은 주 2일 근무라면 불펜투수는 주 6일 근무다. 이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직장인이라면 곧바로 이해할 것이다. 올해 가장 많이 등판한 투수는 NC 임정호, 무려 40경기에 출전했다. 성적은 1승 1패 7홀드 평균자책점 4.34. 대신 좌완 원포인트답게 29이닝만을 소화했다. 팀이 치른 60경기 중 40경기에 나갔으니 3일 중 2일은 등판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에 불펜에서 몸을 풀고 등판하지 않은 날들까지 합친다면 출근한 날은 더 많다. 
▲ 야근 1위 - 권혁(한화)
권혁은 33경기 54이닝으로 불펜 최다이닝 1위를 달리고 있다. 박정진(한화)이 권혁 뒤를 바로 따라가고 있는데, 52⅔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게다가 박정진은 38경기 등판으로 전체 2위를 마크 중이다. 한화의 올 시즌 성적이 훌륭한 건 권혁과 박정진이 많이 던지고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는 덕분이다. 권혁은 4승 5패 3홀드 10세이브 평균자책점 3.33, 박정진은 4승 1패 11홀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73을 기록 중이다.
▲ 셔터맨 1위 - 윤석민(KIA)
선발 투수는 경기를 본 대부분의 사람이 기억하지만, 마지막 투수는 쉽게 잊혀진다. 특히 패배한 팀의 마지막 투수는 극적인 역전이라도 허용하지 않는다면 기억도 잘 못한다. 그래도 그날 경기 문을 닫는다는 점에서 마지막 투수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통 마무리투수가 가장 많은 경기종료를 기록하기 마련인데, 윤석민은 올해 24경기 중 23경기에서 KIA 마지막 투수가 됐다. 이는 KIA 코칭스태프가 윤석민의 역할을 마무리투수로만 한정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 타부서 업무 피폭 1위 - 김기현(한화)
주자가 있을 때 등판하는 걸 좋아하는 투수는 얼마 안 된다. 옛날에 구대성이 고교시절 스릴을 즐기고자 만루를 일부러 채워놓고 승부했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도 있지만, 아무나 따라해서는 곤란하다. 남이 남겨놓은 주자를 가장 많이 물려받았던 투수는 한화 김기현으로 27경기에서 무려 37명의 주자를 떠안았다. 이 가운데 6명의 득점만을 허용, 기출루 득점허용율 16.2%를 기록했다. 30명 이상 주자를 물려받은 불펜투수 6명 중 2위다. 그럼 1위는? 역시 최강의 불펜투수 정우람(SK), 32명을 물려받아 2명의 득점만을 허용해 6.3%를 기록 중이다.
▲ 조퇴 1위 - 탈보트(한화)
선발투수의 덕목이라면 5이닝 소화, 그렇지만 규정이닝을 채운 23명의 투수들 중 5이닝을 채우지 못한 단 한 명이 있었으니 바로 미치 탈보트다. 탈보트는 13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64⅓이닝을 소화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는 시즌 초중반 부진 때문, 롯데전 ⅔이닝 강판을 포함해 2이닝, 3⅓이닝, 3⅔이닝 강판 경기가 줄줄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달 21일 1군 복귀 이후에는 5경기 모두 5이닝을 넘겼고, 평균 6⅔이닝을 소화하면서 동료들의 어깨를 가볍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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