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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친악당' 류승범 "3년간 방랑, 진짜 아웃사이더 됐다" [인터뷰①]



[OSEN=김윤지 기자] 자유로움. 이 단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국내 남자배우를 꼽으라면 단연 류승범이다. 데뷔작인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부터 시작해 '품행제로'(2002), '주먹이 운다'(2005), '사생결단'(2006), '부당거래'(2010), '시체가 돌아왔다'(2012), '베를린'(2012)까지 스크린 안에서 그는 자유롭지 않은 적이 없었다. 게다가 남다른 패션 감각을 자랑하는 원조 '패션 피플'이었다.

그에게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나의 절친 악당들'(연출 임상수, 제작 휠므빠말)은 꼭 맞는 옷처럼 느껴졌다. 의문의 돈 가방을 손에 넣은 두 청춘 남녀의 이야기다. 류승범이 맡은 지누는 첫 눈에 사랑에 빠진 나미(고준희)를 진실로 위하는 진짜 남자다. 남성적이고, 거친 캐릭터라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아는 남자란 뜻이다. 그런 지누의 청량함이 3년 만에 류승범을 스크린으로 불러왔다.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남 류승범으로부터 '나의 절친 악당들'과 '베를린' 이후 지난 3년 동안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는 오는 17일 언론에 공개된다. 먼저 볼 기회가 있었나.

"어제(14일) 봤다. 재미있고, 독특하다. 감독님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다. 영화계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영화의 색감이나 캐릭터, 이야기 모든 면에서 독특하다. 가벼운 느낌이 아니라 굉장히 '쿨'하다. 거침없고 시원하다.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가 있지만, 두 시간 내내 힘만 주고 갈 순 없지 않나. 힘이 빠져 있는 느낌이 있지만 강렬하게 살아 있는 느낌이 있다. 출연작을 냉정하게 보는 편인데, 오랜만에 좋은 에너지를 느꼈다."

- 지누라는 캐릭터는 어떤가.

"지누도 그렇지만 다른 캐릭터 모두 영화적인 허구와 실제 삶을 잘 버무렸다. 신나는 영화적 세상을 볼 수 있다."

-상대역인 고준희와의 호흡은 어땠나.

"좋았다. 영화를 보고 진심으로 많이 배웠다. 고준희라는 배우가 지닌 '쿨'함이나 '심플함', 그로인한 연기와 태도를 보면서 많이 배웠다. 좋은 사람 좋은 배우이구나 싶었다."

-3년 동안 무엇을 하고 지냈나. 프랑스 파리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많은 일이 있었다. 다른 사람이 된 것 같다. 앞서 30여 년 동안 살았던 인생의 길이만큼 지난 3년이 길었다. 많은 경험, 많은 영감을 얻었다. 생각이 많이 바뀌고 먹는 것도 달라졌다. 2년 전부터 채식하고 있다. 살이 많이 빠지더라. 술도 먹지 않는다. 감량하려고 그런 것은 아니다. 새로운 생활 속에서 '기름기가 빠진' 느낌이다."

-특별한 계기가 있나.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짐 싸고 떠났다. 다 팔고, 다 버리고, 트렁크 두 개 들고 떠났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지금 내가 변해가고 있는 모습이 내 본연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일로도 자유로워지고, 나를 옭아맸던 것들을 천천히 풀어내고 있다. 사회적인 내가 아닌 본연의 나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제 '노메이크업'이다. 메이크업할 것도 없고, 이유도 없다."

-평소 프랑스에 대한 동경이 있었나.

"그건 아니다. 사회주의 국가와 그들의 생활 방식에 대해 호기심이 있었다. 대부분 파리라는 도시의 겉모습에 반해 많이 관광을 가는데, 살러 갔다. 나에게 맞고 편한 곳을 찾아다니는 중인 것 같다. 정서적으로 문화적으로나. 조만간 또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을까 싶다."

-파리에서 특별히 하고 있는 일은 없나.

"내 시간을 보낸다. 온전히 '내 삶'이다."

-3년 동안 지냈다면, 불어 실력도 꽤 상당할 것 같다. 어떻게 공부했나. 

"영어를 쓴다. 외국에서 사는 게 처음이라 지난 3년 동안 주로 영어를 공부했다. 프랑스에서 평생 살겠다고 결정한 게 아니다. 그 안에서 일을 해야 하거나 조직 생활을 하면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다. 어디든 아웃사이더가 편하다.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 게 좋다."

-과거와 달리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데, 해외에서 생활하려면 수입의 문제는 없나.

"돈 걱정을 잘 하지 않는다. 지금부터 잘 쓰지 않을 계획이다. 돈을 벌 생각은 없고, 있는 돈을 써야 하니까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돈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나 하나 지키기에는 괜찮다."


-걱정이 되지는 않나.

"하루하루 살고 있다. (웃음) 내일을 걱정하면 힘들다. 이제 서울에 집도 없고, 그렇다고 프랑스 시민도 아니다. 어디를 가든 아웃사이더가 되어 버렸다. 내일을 걱정해봤자 우울해진다. 그래서 걱정을 안 하기로 했다. 그게 내 삶의 방식이다."
 
-그런 내적인 변화들이 작품 선택이나 연기에 영향을 줬을 것 같다.

"작품을 선택하는 시선이 달라졌다.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어야 한다. 영화라는 게 결국 기록이다. 엄청난 거더라. 내가 죽어도 영화는 남는다. 그것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다. 그걸 깨닫고 나니까 진지해졌다. 예전에는 날 소모하기도 했는데, 이제는 이 작품이 영원히 남아도 되는지 생각해 본다."

-해외 패션지에 파리 거리에서 찍힌 모습이 소개돼 팬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해외에서 작품 활동을 할 계기도 있었을 것 같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 일반사람처럼 살고 싶어서 갔다. 기회야 있으려면 있겠지만, 조용하게 살고 싶다. 유명하다는 게 나에게는 참 힘든 문제다. 365일 그 안에서 사는 일은 쉽지 않다. 이제는 파리라는 '이중생활'이 있으니까, 오히려 알아봐 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다."
 
- 형인 류승완 감독은 뭐라고 했나. 떠날 때 말은 하고 갔나.

"가장 먼저 알았다. 말없이 책 한 권 줬다. '그리스인 조르바'였다. 1년 전 한국을 잠깐 찾았을 때 형과 단둘이 캠핑을 갔다. 둘만 보낸 시간이 별로 없어 그랬다. 밤새 이야기를 나누면서 달라진 나를 형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또 형의 삶이 궁금했다. 형은 나에게 가장 편한 사람이다. 지금도 보고 싶다. (웃음)"

- 그렇다면 류승완 감독이 한국에 오면 가장 먼저 만나는 1순위인가.

"형은 바쁘다. (웃음) 한국에 오면 더 외톨이다. 시간이 많은 나와 함께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한국에서 사람들은 늘 바쁘다."

-지금의 삶에 만족을 하는 건가. 외롭지는 않나.

"편안하다. 그것이 행복일 수도 있다. 그전이 복잡한 상태였다면 지금은 스트레스가 없는, 양호한 상태다. 물론 고독하다. 어디가나 친구가 있지만, 어디에도 없기도 하다. 하지만 타고난 고독한 기질을 깨달은 것 같다. 그것을 인정하고 나니까 편안해 졌다. 다른 것이 보이게 된 거다. 고독함 보다 반대급부인 편안함이 더 크기 때문에 지금 생활에 만족하고 있다. 이제 사람이 많으면 어색해 진다. 지난 '나의 절친 악당들' 제작보고회 때 너무 긴장됐다. 이제 덜 유명해지고 싶다."

jay@osen.co.kr
<사진> 휠므빠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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