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조연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라고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들이 조연인 건 맞지만,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 아닐까요. 매주 1회 잘 모르고 지나쳤던 그들의 이야기를 OSEN이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그동안 삼성은 외국인 선수들의 성공 사례가 드물었다. 톰 션, 에스마일린 카리대(이상 투수), 라이언 가코(내야수) 등 국내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먹튀' 선수들도 많았던 게 사실. 이젠 다르다. '외국인 선수 잔혹사'는 옛이야기가 됐다. 지난해 평균 자책점 및 탈삼진 부문 1위에 등극했던 릭 밴덴헐크(현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비롯해 알프레도 피가로, 타일러 클로이드(이상 투수), 야마이코 나바로(내야수) 등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외국인 선수의 첫 번째 성공 요건은 문화적 적응 여부. 제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췄어도 문화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기량 발휘가 쉽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인 선수들이 낯선 이국 땅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입과 귀가 되어주는 통역 담당자의 역할이 절대적이다. 외국어 능력만 뛰어나다고 되는 게 아니다. 성실성과 희생 정신까지 모두 갖춰야 한다.

지난해부터 삼성의 외국인 선수들의 통역을 담당하는 김진우(29) 씨는 구단 내부에서 '복덩이'로 통한다. 지난해 나바로에 이어 올해 피가로와 클로이드 등 그가 담당하는 선수 모두 만점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 김진우 씨는 "운이 좋았을 뿐이다.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니 힘이 절로 난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대학교 때 일본어를 전공했던 김진우 씨는 호주 유학 경험이 있다. 현대 야구에서 멀티 플레이어가 대세. 영어와 일본어를 구사하는 김진우 씨 또한 일본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자신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대구가 고향인 김진우 씨에게 파란 유니폼은 자부심 그 자체. 그는 "지난해 괌 1차 캠프 때부터 '통합 4연패'라는 하나의 목표만 바라보며 선수들과 함께 동고동락했었는데 우승이라는 큰 선물을 받았을때 그때 그 기분은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주변 사람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이 될 수 밖에. 그는 "삼성팬인 친구들에게서 '정말 부럽다. 나도 자리 좀 없을까'하는 이야기도 자주 듣는다"고 너털웃음을 보였다.
외국인 선수가 경기 후 데일리 MVP로 선정될 경우 통역 담당자도 방송 인터뷰에 나선다. 김진우 씨는 데뷔 첫 방송 인터뷰에 나섰던 기억을 떠올리며 "처음에는 부담감이 아주 컸다. 아무래도 이런 게 처음이고 생방송이다보니 그럴 수 밖에 없었다"면서 "이젠 많이 익숙해졌다.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김진우 씨는 통역 업무 뿐만 아니라 외국인 선수들의 편의를 위해 신경써야 할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자기 생활을 누리는 건 쉽지 않다. 주5일 근무는 그저 남의 이야기일 뿐. 김진우 씨는 "아무래도 선수단 일정상 바쁘게 움직여야 하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래도 비시즌 때 쉴 수 있으니 괜찮다. 무엇보다 선수들이 잘 하는 걸 보면 좋다. 담당 선수들이 잘 하니까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으로서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은 최근 언론을 통해 "외국인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치는 가운데 통역 담당자들의 역할도 크다"고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이에 김진우 씨는 "감독님께서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써주시고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린다"고 화답했다.
통역이 주요 업무인 김진우 씨는 향후 기회가 된다면 선수단 운영 업무까지 배워 보고 싶다고 포부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자리잡게 돼 기쁘고 선수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정말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한다. 많은 팬들께서 야구장을 찾아주셔서 야구라는 무대가 더욱 커졌으면 좋겠다"고 인터뷰를 마쳤다.
what@osen.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