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성근 감독은 지난해 11월 오키나와 마무리 캠프에서 외야수 이용규(30)의 얼굴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김 감독은 "야구를 정말 하고 싶어하는 투지가 보인다. 그런 얼굴의 선수는 처음 봤다"고 칭찬했다. 당시 이용규는 어깨 재활로 정상훈련을 받지 못하고 있었지만, 김 감독은 "얼굴만 봐도 의지를 알 수 있다"라고 단언하듯이 말했다.
그로부터 반년의 시간이 흘렀다. 이용규는 지난해 못 다한 것까지 그라운드에서 울분을 쏟아내고 있다. 시즌 60경기 타율 3할5푼5리 88안타 2홈런 23타점 54득점 18도루. 최다안타 1위에 타율 2위, 득점 공동 3위, 도루 공동 4위에 이름을 올려놓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산술적으로 201안타가 가능하다.
3~4월 타율 3할3푼으로 시작한 이용규는 5월 타율을 3할5푼6리로 끌어올리더니 6월에는 3할9푼6리로 4할에 육박하고 있다. 매일 전광판 타율에 새겨진 3할5푼대 이상 타율에 만족할 법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용규는 "만족하는 건 없다. 지금 잘되고 있으니까 최대한 유지하기 위해 긴장을 늦추지 않으려 한다. 타율이나 기록 같은 전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처럼 이용규가 '만족'이라는 단어를 잊은 건 지난 겨울 김성근 감독의 가르침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성근 감독은 "3할 타자라고 만족하지 말라. 7할의 실패에 대해 생각하는 선수가 되어라"는 말을 선수단 미팅을 통해 강조했다. 이용규는 이 김 감독의 말을 수첩에 메모하며 되새겼다. 지금도 이용규는 이 말을 가슴 속에 새기며 7할의 실패부터 먼저 생각한다.
그래서 안타 4개를 치고도 승부가 기운 마지막 타석에 아웃되면 분함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12일 대전 LG전에는 8회 양석환의 잘 맞은 타구에 다이빙캐치를 시도했으나 글러브에 맞고 떨어지자 그라운드에 무릎 꿇고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글러브 맞고 덜어진 게 너무 아쉬웠다. 워낙 중요한 순간이었는데, 잡을 수 있는 타구여서 그랬다"는 것이 이용규의 말이다.
이용규는 올해 3경기만 결장했다. 허리 통증과 함께 종아리에 공을 맞은 영향이었다. 그럼에도 리그 전체 외야수 중에서 두 번째로 많은 508⅔이닝을 소화하며 원없이 수비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적극적인 주루플레이까지 소화하며 체력적으로 지칠 법도 하다. 그래도 이용규의 승부 근성을 이길 수는 없다.
이용규는 "체력은 문제없다. 트레이닝 파트에서 몸을 잘 관리해주신다. 원래부터 보양식 같은 건 따로 먹지 않는다. 잠 잘 자는 것이 체력 유지에 도움이 되고 있다"며 "시즌 전부터 아프지 않고 많은 경기에 뛰는 게 목표다. 타석에서도 어떻게든 투수한테 이겨서 살아나가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성근 감독마저 인정한 이용규의 투지. '만족'이란 단어를 잊은 이용규가 지금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전력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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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