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4번 타자까지 문제 없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강정호(28)가 4번 타순에서도 부담없이 맹타를 휘두르며 11-0 대승을 이끌었다.
강정호는 16일(이하 한국시간) PNC 파크에서 벌어진 시카고 화이트삭스전에 3루수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타율은 2할8푼까지 올라갔고, 22타점을 기록하게 됐다.
1회말 무사 1,3루에서 첫 타석을 맞이한 강정호는 상대 선발 카를로스 로돈의 5구를 공략, 3-유간을 빠져나가는 1타점 적시타를 날렸다. 3회 선두타자로 나와서는 3루수 라인드라이브로 물러나 아쉬움을 남겼지만, 5회 선두타자로 또 등장해 볼넷을 골라낸 뒤 조디 머서의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7회 1사 2루 4번째 타석에서는 다시 2루타를 터트려 2타점 째를 기록했고, 8회 마지막 타석은 내야땅볼로 물러났다.

강정호의 이틀 연속 4번 타자 출장은 이례적인 일이다. 전날 데뷔 첫 4번 선발 출장을 했지만, 4타수 무안타 1볼넷 3삼진으로 한 방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클린트 허들 감독은 강정호에게 다시 4번 타자라는 중책을 맡겼다.
가끔 4번 타자 자리에 들어가는 선수들은 "4번 타자가 아니라 4번째 타자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한다. 이 말은 4번 타자 자리의 무게를 그대로 보여준다. 저런 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4번 타자가 그 만큼 부담스럽고 어렵다는 이야기가 된다.
강정호 역시 KBO리그에서 종종 4번 타자로 들어갔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다. 통산 4번 타자 자리에서 타율 2할1푼1리(190타수 40안타) 1홈런에 그쳤다. 강정호의 통산 성적인 타율 2할9푼8리 139홈런과는 천지차이다.
하지만 메이저리거 강정호는 조금 달랐다. 크게 중압감을 느끼지 않고 멀티히트 경기를 펼쳤다. 올해 강정호는 1번과 3번, 그리고 투수 자리인 9번을 뺀 나머지 타순에 모두 선발로 출전하고 있다. 허들 감독은 강정호를 다양하게 활용하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만들었다. 그리고 강정호는 4번 타자로 출전한 2번째 경기에서 자신의 능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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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미국 펜실베니아주)=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