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승부였다.
KIA는 1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선발 에이스 양현종의 6이닝 무실점 호투와 윤석민의 깔끔한 마무리를 앞세워 박용택의 3점 홈런을 앞세운 LG의 추격을 뿌리치고 4-3 한 점차 승리를 거두었다. KIA는 이로써 31승30패를 기록하며 흑자모드로 돌아섰다.
KIA는 초반 LG 수비들의 계속된 실책에 편승해 차곡차곡 점수를 뽑아 4-0으로 낙승을 거두는 분위기였다. 선발 양현종도 6회까지 수비의 도움까지 받으며 무실점의 호투를 펼쳤다. 그러나 7회 등장한 김병현이 2사 1,2루에서 박용택에게 130m짜리 중월홈런을 맞으면서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LG는 필승맨 이동현을 마운드에 올려 승부수를 띄웠다. 이동현은 묵직한 구위로 KIA 타선을 퍼펙트로 틀어막고 타선의 마지막 역습을 기다렸다. KIA도 7회2사후 등판한 심동섭이 8회가지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한 점차 살얼음 승부를 이어갔다. 승부처는 어차피 9회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예정대로 KIA는 소방수 윤석민이 마운드에 올라 첫 타자를 가볍게 유격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그러나 유강남에게 우전안타를 맞으며 위기가 찾아왔다. 그 순간 LG는 백창수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2사2루에서 동점을 만들겠다는 벼랑끝 포석이었다. 백창수의 번트성공에 이어 박용택이 등장했다.
박용택은 전타석에서 3점홈런을 터트린 타자였다. 그런데 1루가 비어있었고 다음 타자는 채은성이었다. 볼카운트 3-1이 되면서 윤석민이 승부를 피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여기에서 윤석민은 정면 승부를 걸었다. 145km짜리 직구를 바깥쪽으로 찔러넣어 스트라이크를 잡았다.
풀카운트의 긴장감이 넘치는 가운데 홈런타자와 소방수의 정면대결이 펼쳐졌다. 윤석민은 몸쪽으로 130m짜리 체인지업을 선택했고 박용택은 힘껏 방망이를 돌렸으나 볼은 포수 미트에 들어갔다. 윤석민은 주먹을 불끈 쥐면서 한 점차 승리를 지켰고 시즌 14세이브를 따냈고 팀은 흑자모드에 돌입했다.
양상문 감독의 동점 작전에 맞서 홈런타자를 상대로 3-1에서 정면승부를 벌였던 윤석민이나 김기태 감독도 지독한 승부였다. 김기태 감독이 박용택을 거르라는 사인을 내지 않았던 이유는 소방수라는 윤석민의 위치를 생각했을 것이다. 팀의 뒷문을 책임지는 소방수라면 상대의 어떤 강한 타자도 힘으로 잡을 수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날 윤석민의 1이닝 호투는 의미가 컸다. 자신은 14세이브를 따내며 삼성 임창용과 함께 공동 1위에 올랐다. 팀은 흑자모드로 올라섰다. 그리고 후배 양현종에게는 기분좋은 시즌 7승 째를 챙겨주었다. 지난 10일 광주 넥센전에서 박병호에게 동점포 맞고 블론세이브를 했던 아픔을 딛고 든든한 소방수임을 다시 한번 동료들에게 각인시켰다. KIA에게 모두 득이 되는 세이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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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백승철 기자 bai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