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61) 감독이 또 빛나는 진주를 발굴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6일 오후 9시 태국 방콕에 위치한 라자망갈라 국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이재성과 손흥민의 연속골에 힘입어 미얀마를 2-0으로 제압했다. 지난 11일 UAE를 3-0으로 대파한 한국은 아시아 2연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유럽파가 대거 결장한 가운데 슈틸리케 감독은 ‘흙속의 진주’들에게 기회를 줬다. 결과적으로 대성공이었다. 새얼굴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보답하며 대표팀의 새로운 전력으로 떠올랐다.

▲ K리그의 지배자, 태극마크도 접수했다
K리그에서 잘하는 염기훈(32, 수원)은 태극마크를 달고도 대단했다. 염기훈은 7골, 6도움으로 K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그의 날카로운 왼발은 진가를 발휘했다. UAE전에서 염기훈은 전반 45분 짜릿한 왼발 프리킥골로 선제골을 뽑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무려 7년 만에 신고한 득점이었다.
염기훈은 세트피스에서 날카로운 슈팅, 공간을 파고드는 노련한 움직임 등으로 슈틸리케 감독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어린 공격수들이 많은 가운데 노련한 30대 베테랑으로 팀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컸다. 앞으로 염기훈은 이청용(27, 크리스탈 팰리스) 등과 함께 측면공격수 자리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칠 전망이다.
▲ 이용재의 원톱가능성, 성공적
UAE전에서 이정협 대신 이용재(24, V바렌 나가사키)가 선발포워드로 나섰을 때 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일본 2부 리그에서 뛰던 그가 뭘 하겠느냐?’는 편견에도 슈틸리케 감독은 개의치 않았다. 그는 자신이 본 이용재의 실력만을 믿었다.
이용재는 실력으로 증명했다. UAE전에서 선발로 나선 그는 후반 15분 단독드리블에 이은 추가골을 터트렸다. 62분을 소화한 이용재는 이정협과 교대했다. 이정협 역시 골을 넣었다. 그 역시 ‘군데렐라’라는 별명에서 대표팀 전력으로 자리잡은지 불과 5개월이 됐을 뿐이다. 김신욱, 이동국 등의 부상은 이용재를 실험할 수 있는 기회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용재는 자신에게 주어진 한 번의 기회를 잘 잡았다.
▲ ‘넥스트 박지성’으로 떠오른 이재성
K리그 선두 전북의 엔진 이재성(23, 전북)은 국가대표팀에서도 빛났다. 그는 엄청난 활동량과 폭발적인 문전 앞 움직임으로 단숨에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얻었다. 90분 내내 뛰어도 지치지 않는 체력과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하는 활동량은 마치 박지성을 연상케 했다. 수비수를 요리조리 피해 뛰는 기민함은 이청용에 비결할 만하다. 이재성은 단시간에 슈틸리케호의 중원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로 성장했다.
미얀마전에서 이재성은 손흥민의 코너킥을 헤딩 선제골로 연결했다. 이재성은 A매치 단 4경기를 뛰었지만, 두 골을 넣었다. 더구나 두 골 모두 꼭 필요한 순간에 터트린 결승골이었다. 슈틸리케호에 황태자가 있다면 이재성만한 선수가 없다.
▲ 기성용 대체자로 나선 정우영
대표팀에서 가장 중요하고 또 많은 역할을 수행하는 선수는 기성용(26, 스완지 시티)이다. 프리미어리그에서 8골을 넣으며 맹활약한 그는 대체가 불가능한 선수로 여겨졌다.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하는 슈틸리케 호의 핵심중의 핵심이다. 다만 기성용이 없을 때 대표팀 전력이 떨어지는 문제는 해결해야 하는 과제였다.
새롭게 떠오른 정우영(26, 빗셀 고베)은 기성용 대체자 역할을 충실하게 소화했다. 정우영은 UAE를 상대로 A매치 데뷔전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노련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패스, 반 박자 빠른 커팅이 돋보였다. 한국영과의 호흡도 훌륭했다. 정우영의 등장으로 슈틸리케호는 선수층이 한결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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