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는 충분했다. 하지만 플랜B였음에도 불구하고 문제는 분명하게 드러났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16일(한국시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얀마와의 아시아지역 2차 예선 1차전에서 2-0의 승리를 챙겼다.
이날 한국은 기성용(스완지시티), 구자철, 박주호(이상 마인츠05) 등 주축 해외파들이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 빠지며 플랜B로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확실한 공격루트를 찾지 못한채 안타까운 경기력을 선보였다.

경기 시작과 함께 미얀마는 탐색전을 펼쳤다. 한국이 어떤 전술로 경기에 임할지에 대해 고민한 모습. 염기훈의 중거리 슈팅과 손흥민의 오른발 슈팅이 각각 골대와 상대 선수 맞고 튀어 나온 한국은 부담스러운 경기를 선보였다.
짧은 패스 위주로 경기를 풀어갔다. 운동장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패스 연결은 분명히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또 집중된 수비를 상대로 패스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니 경기력이 잘 풀릴 수 없었다.
▲ 미얀마는 약체다
미얀마는 경기 초반을 제외하고 내려섰다. 1차예선 통과 후 한국과 만난 미얀마는 FIFA 랭킹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축구 수준이 한국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력 뿐만 아니라 체격에서도 뒤진 상대였지만 한국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패스 연결을 통해 경기를 풀어가겠다는 움직임을 보였지만 뜻대로 경기는 풀리지 않았다.
미얀마도 수비만 펼친 것은 아니었다. 한국이 패스 미스로 실수가 이뤄질 때는 역습을 펼쳤다. 하지만 빠르게 되돌아 가면서 상대의 공격을 잘 차단했다.
그러나 문제는 미얀마가 적극적으로 이를 이용했다는 점이다. 수준이 비교가 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더 공격을 펼쳐야 했다. 가능한 많은 슈팅을 시도하면서 경기 초반 승부의 추를 끌어 와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정협(상주)을 원톱으로 내세운 공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정협은 K리그 챌린지에서 보여준 것처럼 직접 골문을 노려야 했다. 하지만 그의 플레이는 강팀과의 대결처럼 몸싸움을 벌이고 상대에게 기회를 만들어 주려고 했다.
하지만 미얀마 수비는 그와 몸싸움을 피했고 라인을 만들며 수비를 펼쳤다. 오프 사이드 트랩까지는 아니었지만 이정협이 문전에서 상대 수비의 움직임으로 인해 고생한 것은 분명했다.
▲ 플랜B였지만 변화는 없었다
기성용을 대신해 출전한 정우영(빗셀 고베)는 전반 20분 이후 엇박자를 내기 시작했다. 전방에서 활발한 움직임이 아니라 패스를 펼치는 축구로 인해 날카로운 상황을 만들기에 어려움이 생겼다. 공격라인으로 연결되는 패스의 정확도가 떨어지면서 볼 컨트롤 미스도 많이 생겼다.
분명 미얀마가 전형적인 수비 축구를 펼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 것은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공격 전개 속도가 느려지면서 부담은 커졌다.
이날 경기는 슈틸리케호에게는 플랜B였다. 유럽을 비롯해 해외에서 뛰는 선수들이 모두 참여한다면 분명 경기력은 좋아질 수 있다. 하지만 부상자를 비롯해 이처럼 선수 구성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전방에서 활발한 공격을 펼치거나 중원에서 더 강한 압박을 하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슈틸리케호는 그동안 보여줬던 똑같은 모습 그대로 경기에 임했다.
따라서 밀집수비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했지만 특별히 변한 것은 없다. 약체를 맞아 강력하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면 2차 예선을 쉽게 마무리 할 수 있다.

특히 2018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최종예선도 아닌 2차예선서 고민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측면 공격을 펼친 것도 아니고 무리한 플레이가 이어진 것은 분명 전술적인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김창수가 부상을 당했다. 세트피스로 2골을 터트린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그러나 전술적인 유동성이 더 필요했던 것은 분명하다.
슈틸리케 감독이 기술점수-예술점수로 구분한 것은 의미가 없는 일이다. 약체를 압도하며 경기를 마치는 것이 분명 어느 때 보다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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