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가을보는 염경엽 "절대 선발 안 당겨쓴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6.17 05: 55

선발투수 자원이 풍부하다면 1주일에 한 번씩 등판하도록 6선발 로테이션을 돌리면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까지 선발자원이 남아도는 구단은 없다. KBO리그에서는 5선발, 아니 4선발까지만 갖춰져있어도 그리 나쁜 선발진은 아니다.
5선발 로테이션은 한미일 통틀어 프로야구의 기본과도 같다. 투수들의 컨디션을 조절하면서 시즌을 치르는데 5선발 로테이션이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5선발 로테이션으로 돌리면 선발투수의 등판간격은 5일휴식 후 등판이 된다. 하지만 화요일에 선발등판이 걸리면 4일휴식을 감내할 수밖에 없는데, 그래도 한달에 한 번 정도라면 큰 부담은 안 된다.
논란이 되는 건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하는 행위다. 1,2선발과 나머지 선발의 기량차이가 현격한 경우에는 특정투수의 등판을 화요일로 옮기는 일이 자주 일어난다. 못 미더운 투수가 화요일과 일요일 1주일에 2번 등판하는 것보다 믿음이 가는 투수가 그렇게 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팀마다 사정이 다르고, 또 야구에 대해 접근하는 방식이 다르겠지만 선수들에게는 부담이 된다.

넥센 히어로즈는 선발자원이 풍부한 팀은 아니다. 외국인투수 2명은 정상 로테이션을 돌지만, 나머지 선수들은 돌아가며 자리를 채운다. 그럼에도 넥센은 선발투수 당겨쓰기를 하지 않는 구단이다. 염경엽 감독의 신조이기 때문이다.
염 감독은 "절대 난 투수를 당겨쓰지 않는다. 작년 밴헤켄 20승을 할 때에도 한 번도 그렇게 안 썼다"고 말한다. 실제로 올해 넥센 선발 로테이션 운용에서 당겨쓴 투수는 없다. 4일휴식 후 등판은 올해 밴헤켄과 피어밴드가 각자 2번씩, 송신영과 한현희 그리고 문성현은 1번씩 있었다. 모두 화요일 등판이라 일요일까지 마운드에 올라 4일휴식을 취한 경우였다. 심지어 송신영은 중간에 불펜으로 한 번 들어갈때도 선발 로테이션에 맞춰서 투입됐다. 그만큼 염 감독은 체력안배에 신경쓰고 있다.
그런데 작년 한국시리즈에서 넥센은 선발투수 3명만으로 시리즈를 치렀다. 밴헤켄과 소사, 오재영이 그 주인공이다. 밴헤켄은 1차전을 치른 뒤 3일 쉬고 4차전에 나섰고, 소사는 2차전 후 4일을 쉬고 5차전에 출전했다. 오재영은 3차전 출전 후 3일을 쉬었다.
염 감독은 오히려 "포스트시즌에 가서 투수를 당겨쓰기 위해 지금은 체력을 비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넥센은 선발자원이 부족했는데, 시즌 중 관리를 받은 덕분에 짧은 휴식일에도 넥센 선발투수들은 호투를 펼쳐 삼성과 호각을 이룰 수 있었다.
올해 역시 넥센 선발투수들은 철저한 관리 속에서 등판하고 있다. 올해도 넥센이 봄부터 비축한 힘을 가을에 쏟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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