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호의 수문장 경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지난 16일(한국시간) 오후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미얀마와 첫 경기서 전반 이재성의 헤딩 선제골과 후반 손흥민의 프리킥 추가골에 힘입어 2-0으로 승리했다.
이날 슈틸리케호의 골문은 김승규(25, 울산)가 지켰다. 선발 출전해 풀타임을 소화하며 무실점을 도왔다. 지난 11일 아랍에미리트전 무실점(3-0)에 이어 2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이다.

김진현(28, 세레소 오사카)으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던 No.1 골키퍼 경쟁에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그는 지난 1월 2015 호주 아시안컵서 슈틸리케 감독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으며 준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아시안컵 이후 펼쳐진 4번의 A매치서 변화의 흐름이 감지됐다. 김승규는 지난 3월 27일 우즈베키스탄과 평가전서 90분 풀타임 활약을 펼치며 1-1 무승부에 일조했다. 3월 31일 뉴질랜드와 친선경기서는 김진현이 골키퍼 장갑을 끼고 1-0 승리를 이끌었다.
아시안컵 준우승의 영광 이후 4번의 A매치 동안 김승규가 3경기 풀타임 출전, 김진현이 1경기 풀타임을 소화했다. 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김진현이 멀찍이 앞서가고, 김승규가 추격하는 형국이었는데 어느새 정반대의 모양새다.
그간 슈틸리케 감독은 193cm의 장신인 김진현을 김승규(187cm) 보다 선호해왔다. 김진현의 빌드업 능력도 높이 평가 받았다. 하지만 지금 흐름이라면 둘의 처지가 뒤바뀌어도 이상할 게 없을 정도다.
김승규는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14경기에 출전해 12실점했다. 김진현은 J2(2부리그) 무대 14경기에 나서 13실점했다.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비슷한 활약을 펼쳤다. 슈틸리케 감독과 한국 축구로선 둘의 경쟁이 흐뭇한 일이다.
역대급 경쟁 속에 슈틸리케호의 골문을 차지할 주인공은 누가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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