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단기알바’ 男농구대표팀 맡으실 분?
OSEN 서정환 기자
발행 2015.06.17 08: 08

참으로 취업하기 힘든 요즘 세상이다. 농구계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단비 같은 소식이 있다. 대한농구협회에서 3개월 동안 잠시 남자농구대표팀을 이끌어 줄 유능한 인재를 찾는다.
대한농구협회는 16일 ‘2015 남자농구 국가대표팀 지도자(감독) 공모 건’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남자농구대표팀 감독 공개모집의 조건을 내걸었다. 구체적 조건을 보면 ‘2급 지도자 자격증을 소지한 5년 이상 농구 지도경력자’라고 명시돼 있다. 동네에서 농구 좀 가르쳐봤다는 인재는 안타깝지만 여기서 조용히 꿈을 접으시기 바란다.
두 번째 조건은 ‘대한농구협회 정관 제15조(신임임원의 결격사유) 및 국가대표 선발규정 제5조(결격사유)에 해당되지 않는 자’라고 되어 있다. 지난해 경기 중 심판을 폭행해 대한농구협회로부터 5년 자격정지를 당한 정재근 전 연세대 감독 등은 아쉽지만 해당사항이 없다는 이야기다.

자꾸 안타깝지만 대표팀 감독은 비정규직이다. 월급도 공개되지 않는다. 요즘 세상에 웬만한 일자리는 다 그렇기에 별로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임기는 계약 체결 시부터 2015 아시아선수권 종료시로 돼 있다. 오는 25일까지 서류를 접수한 뒤 서류전형과 심층면접을 거쳐 최종합격자를 가려낸다. 아시아선수권이 끝나는 10월 3일까지 3개월 간 단기알바인 셈이다.
임기가 끝나면 감독은 성적에 대한 모든 책임을 다 떠안고 실컷 욕을 먹으면서 깔끔하게 물러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몇 달 더 해보겠다고 질척거려서는 곤란하다. 어차피 10월이 되면 한국농구는 또 국가대표팀은 까맣게 잊고 전혀 신경도 쓰지 않을 것이니 별로 상관없다. 다음에 대회가 임박했을 때 또 사람을 구하면 된다. 그 사이에 일거리도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기는 아깝다. 그래서 ‘알바’를 쓰는 것이다.
자, 여기까지 읽고 생각이 있으신 분이라면 참으로 구미가 당기는 알바 아닌가? 비록 필리핀(4년)이나 이란 대표팀 감독처럼 다년임기가 보장되지는 않았지만 또 어떤가? 그들은 외국인노동자라도 엄연히 정규직이고, 우리는 열악한 ‘알바’인 것을.  
대한농구협회는 ‘알바사이트’에도 공고를 낼 것을 추천하는 바이다. 더 출중한 재능을 가진 많은 인재들이 접수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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