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솔직하다] 떠난 외인 투수, 짐 싼 이유 있었다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6.18 06: 04

야구는 곧 기록입니다. 숫자만으로도 녹색 다이아몬드가 머릿속에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은 야구만이 갖는 매력이 아닐까요. 그라운드의 숨은 기록을 새롭게 밝혀내 독자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
각 팀별로 적게는 61경기, 최대 66경기를 소화한 현재 KBO리그 10개 팀에는 총 20명의 외국인 투수가 있다. 개막 당시에는 21명이었지만 kt wiz가 앤디 시스코를 퇴출하고 타자인 댄 블랙을 데려와 1명이 줄어들었다. 찰리 쉬렉(전 NC 다이노스)과 유네스키 마야(전 두산 베어스)는 각각 같은 투수인 재크 스튜어트, 앤서니 스와잭에게 자리를 내주고 물러났다.
한국을 떠난 3명의 투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많은 점수를 내줬다. 셋 중 평균자책점이 제일 낮았던 찰리도 5.74로 고전했다. 이외에도 이들은 주자가 많이 쌓여있을 때 병살을 유도하지 못했다. 끊어야 할 때 끊지 못해 대량 실점으로 연결된 것이 평균자책점 상승의 원인이 됐다.

규정이닝에 들어가 있지는 않지만 외국인 투수 중 가장 먼저 한국을 뜬 시스코는 땅볼/플라이볼 비율이 1.09로 플라이보다 땅볼이 조금이나마 많았는데 병살타는 거의 없었다. 병살이 가능한 상황에서 병살 유도율은 2.1%로 35이닝을 소화한 투수들 중 꼴찌에서 2위였다.
찰리 역시 규정이닝엔 들지 못했다. 땅볼/플라이볼 비율은 시스코와 같은 1.09였는데, 50이닝 이상 던진 투수들을 대상으로 병살 유도율을 살펴보면 찰리는 9.1%로 36명 중 22위다. 땅볼 비중에 눈에 띄게 높은 편은 아니기에 절대적인 영향은 아니지만 분명 좋은 일은 아니다.
최근에 웨이버 공시된 마야도 마찬가지다. 셋 중 유일하게 규정이닝을 소화한 마야는 땅볼/플라이볼 비율에서는 1.11로 시스코, 찰리와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규정이닝 이내 21명의 투수들 가운데 병살 유도율 6.3%로 뒤에서 4번째다. 마야보다 이 비율이 나쁜 것은 루카스 하렐(LG 트윈스), 김광현(SK 와이번스), 한현희(넥센 히어로즈)가 전부다. 김광현은 탈삼진 능력이 월등해 나쁘지 않지만, 루카스와 한현희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병살타를 만들어낼 확률이 낮은데도 살아남는 투수는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하나는 땅볼보다 플라이볼로 잡아낸 아웃이 훨씬 많은 경우고, 나머지 하나는 삼진을 잡는 능력이 돋보이는 타입이다. 둘 다 해당된다면 그 투수에게는 병살 유도율이 큰 의미가 없다.
대표적인 예로 윤성환은 땅볼/플라이볼 비율 0.71로 규정이닝 이내 투수들 중에서 플라이볼 비율이 최고다. 여기에 거의 매 이닝 탈삼진 하나(86이닝 84탈삼진)를 기록해 병살 유도율이 7.8%로 21명 중 16위지만 평균자책점은 3.56으로 큰 문제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규정이닝 내에서 땅볼/플라이볼 비율이 1.97로 1위인 조시 스틴슨(KIA 타이거즈)이 선전하는 비결은 병살 유도율(16.4%)도 2위인 덕분이다.
아주 극단적인 사례들이지만, 땅볼이 많으면서 병살 유도율이 낮아도 호투를 펼치는 투수들도 있다. 아예 주자를 안 내보내면 된다. 찰리의 동료였던 에릭 해커는 땅볼/플라이볼 비율 1.49로 땅볼 투수라 할 수 있다. 병살 유도율은 10%로 자신보다 위가 12명, 아래는 8명이라 평균 이하지만 흔들리지 않는다. WHIP이 1.10으로 리그 전체 2위기 때문이다. 주자를 많이 내보내지 않기에 병살로 엮어내지 못해도 평균자책점은 3.47로 큰 상관이 없는 것이다.
결국 전반기도 마치기 전에 한국을 떠나게 된 선수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위기를 자초하는데 그 위기에서 아웃카운트 2개를 한 번에 벌어들이는 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이미 KBO리그를 경험했던 찰리와 마야는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었다는 점도 유사하다. 찰리는 잘 알려진 대로 무릎이 좋지 않았고, 마야 역시 100% 컨디션은 아니었다. 지도자 출신인 한 야구인은 마야에 대해 “던지는 것을 보면 분명 무릎이나 골반이 좋지 않아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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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스포츠투아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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