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해결사 김상현도 ‘마블’ 효과에 웃는다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5.06.18 06: 02

“둘이 잘 쳐주니 부담감이 적다”.
최하위 kt 위즈가 ‘마블’ 효과에 미소 짓고 있다. 시즌 초 답답한 공격력으로 고민이었던 kt지만 6월 들어 전혀 달라진 공격력을 뽐내고 있다. 역시 그 중심에는 외국인 타자 듀오 댄 블랙(28) 앤디 마르테(32)가 있다. 아울러 원조 해결사 임무를 맡았던 김상현(35)의 방망이도 덩달아 힘을 내고 있다.
외국인 타자 2명의 정상적으로 선발 출전하면서 클린업 트리오는 블랙-마르테-김상현으로 구성되고 있다. 그 효과는 곧바로 나타나고 있다. kt는 올 시즌 5월가지 팀 홈런이 23개에 불과했다. 당연히 리그 최하위의 기록. 그 중에서도 11개를 김상현이 담당했다. 사실상 한 방을 쳐줄 수 있는 타자는 김상현이 유일했다. 그나마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한 장성우가 힘을 보탠 상황.

그랬던 kt가 6월 14경기에서 23홈런으로 몰아치며 ‘홈런군단’ 넥센과 함께 리그 1위에 올라있다. 블랙이 국내리그 데뷔 후 12경기에서 4홈런을 쳤고, 마르테가 복귀 후 14경기에서 3홈런을 치며 힘을 보탰다. 앞에 묵직한 두 명의 타자가 있으니 김상현에게도 기회가 많아졌다. 김상현은 6월에만 타율 3할4리 2홈런 11타점으로 활약 중이다. 홈런 개수가 눈에 띄게 많은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순간에 적시타를 때리고 있다.
16일 수원 NC전에선 2-2로 팽팽히 맞선 8회말 리드를 가져오는 귀중한 솔로포를 날렸다. 9경기 만에 나온 홈런. 조범현 감독도 “상현이가 머리가 좋은가 보다. 잊을만 하면 홈런이 나온다”라고 말했다. 홈런 이전에도 적시타를 기록하며 이날 kt가 올린 4득점 중 2점을 책임졌다. 17일 NC전에서도 김상현은 3타수 2안타 2타점으로 제 몫을 다 해줬다. 아무리 마르테, 블랙과의 승부를 피해도 뒤에는 김상현-장성우라는 벽이 버티고 있다.
김상현도 외국인 타자 2명의 합류를 반겼다. 그는 이날 경기 후 “타격감이 좋아지고 있다”면서 “용병 2명이 잘 쳐줘서 부담감이 적어졌다. 마음 편하게 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전까지만 해도 본인이 해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팀 홈런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기에 어찌 보면 당연한 마음가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편안하게 타석에 선다. 김상현은 “이전에는 홈런이 나한테서만 많이 나왔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타선의 중심 역할을 의식했다”면서 “한 번씩 쳐줘야 분위기도 좋아지는데 홈런이 안 나오다보니 부담감이 컸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이제는 무조건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내려놓았다. 타선의 짜임새가 생긴 만큼 어느 타순에서든 득점력이 좋아졌기 때문.
김상현에 이어 6번 타순에 자리한 장성우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다. 장성우는 kt 이적 후 타율 3할3푼3리 4홈런 28타점으로 활약 중이다. 팀 내에서 가장 꾸준한 선수 중 한 명이 바로 장성우. 상대 투수들은 김상현까지 버틴다 해도 후속타자 장성우를 상대해야 한다. 김상현은 “나는 공격적인 타자인데 승부가 들어오다 보니까 좋은 모습이 나오는 것 같다. 사실 (장)성우가 나보다 더 잘 치고 있다”며 웃었다.
팀 공격력이 좋아지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반색했다. 김상현은 “팀에 힘이 생겼다. 방망이도 많이 좋아지고 밑에 애들이 잘 따라오면서 잘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특히 집중력이 많이 생겼다. 기대하고 있는 선수들이 쳐주니까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좋아지고 있다. 개개인이 잘 쳐봤자 소용없다. 모두가 기대할 때 쳐주니까 득점력도 좋아진다”라고 말했다.
6월 타율 3할6리의 kt. 상대 팀을 떨게 하는 그 반전 전력에는 단연 마르테-블랙 듀오의 활약이 있다. 하지만 묵묵히 해결사 임무를 해왔던 김상현이 그 뒤에 버티고 있기 때문에 그 힘은 배가 되고 있다. 김상현은 2009년 KIA의 우승을 이끌 당시에도 앞에 최희섭이라는 강타자의 뒤에서 타율 3할1푼5리 36홈런 127타점으로 커리어하이를 찍은 바 있다. 정규리그 MVP도 김상현의 몫이었다.
물론 당시와 같은 활약을 기대하긴 어렵지만, 분명 강력한 외국인 타자 2명으로 인해 더 힘을 내고 있는 김상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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