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라는 타이틀에 부끄럽지 않은 괴력이었다. 메이저리그(MLB) 데뷔 이후 처음으로 우측 펜스를 넘긴 강정호(28, 피츠버그)가 화끈한 홈런포로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강정호는 18일(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US 셀룰라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4번 3루수로 출전해 1-0으로 앞선 1회 1사 1루에서 우월 2점 홈런을 터뜨리며 벤치의 믿음에 완벽하게 부응했다. 시즌 4번째 홈런이자 24번째 타점.
강정호는 이날이 4경기 연속 선발 4번 및 3루수 출전이었다. 물론 왼손 투수를 상대로 한 전략적인 출전의 의미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러나 MLB 팀에서 4경기 연속 4번 타자로 출전한 것은 벤치의 믿음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강정호의 최근 타격감, 왼손 투수를 상대로 한 확실한 강점, 그리고 4번 타석에서 기대되는 장타력과 타점 능력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는 뜻. 강정호는 이날 홈런으로 그 믿음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과감함이 만든 홈런이었다. 해리슨의 2루타, 매커친의 적시타로 1점을 뽑은 상황에서 화이트삭스 선발 존 댕스의 90마일(145㎞) 빠른 공이 바깥쪽 높은 코스에 몰린 것을 놓치지 않고 우월 2점 홈런을 쳐냈다. 비거리는 약 119m로 측정됐다. 강정호는 지금껏 쳐낸 3개의 홈런이 모두 좌월(1개) 혹은 좌중월(2개) 홈런이었다. 밀어서 담장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감하게 초구를 밀어 친 것도 주효했다. 보통 4번과 같은 중책을 처음 맡을 때는 심리적으로 위축되거나 최대한 공을 신중하게 보는 경우가 많은데 강정호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자신의 타격을 했다.
강정호는 첫 4번 출장이었던 6월 15일 필라델피아전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러나 갈수록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6일 화이트삭스전에서는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고 17일 경기에서도 3타수 1안타에 좋은 수비까지 보여주며 눈도장을 받았다. 그리고 이날은 결승타가 되지는 않았으나 최종 스코어(3-2)를 고려했을 때 아주 귀중한 홈런포까지 터뜨리며 팀 승리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앞으로 계속 4번 타자로 나설지는 미지수지만 중심타선에서 활약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 강정호는 5월 16일 처음으로 5번 타순에 선발출장한 이래 13경기 연속 5번 타순에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6월 들어 선발 출장한 경기에서도 5~7번을 오고 갔는데 최근에는 4경기 연속 4번 출장이다. 유격수 수비는 아직 조금 아쉽지만 3루수 수비는 거의 완벽하게 수행하고 있기도 하다. 공·수에서의 맹활약이다. 강정호의 가치가 팀 내에서 계속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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