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트윈스에서 외국인야수로 뛰었던 잭 한나한(35)이 약 40분의 기자회견을 열어 LG 구단과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한나한은 아직 은퇴를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LG와의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LG 선수들과 KBO리그 선수들의 가능성에 큰 감명을 받았다고도 했다.
일단 한나한은 기자회견에 앞서 지금까지 자신을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먼저 더운 날씨에 여기에 와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한국에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다.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 하지만 아쉽게 물러나게 됐다. LG 트윈스, 그리고 아름다운 도시 서울에서 뛰게 해주신 남상건 사장님, 백순길 단장님, 양상문 감독님, 송구홍 팀장님께 고맙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한국에 처음 왔었을 때는 내가 여기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깊은 생각을 해보지는 못했다. 한국에 와서 바로 경기에 뛰었으면 좋았겠지만 부상을 당하면서 그렇게 되지 못했다.
이천에서 재활을 하게 됐는데 이천의 재활시설이 정말 좋았다. 미국에서 15년 이상을 뛰었지만 이렇게 좋은 시설을 갖고 있는 구단은 없었다. 이 시설을 통해 LG 구단의 야구에 대한 열정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
LG 팬들과 프런트 오피스, 코칭스태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여기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하는 데 부상으로 인해 한국에서 야구를 그만둬야하게 됐다. 짧은 시간이지만 1군과 2군에서 있으면서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큰 기대를 갖게 됐다. 베테랑 선수들의 모습 또한 더 큰 기대를 갖게 됐다. 특히 재활을 하면서 트레이닝 파트와 교감을 많이 나웠다. 이렇게 선수들에게 열정을 갖고 재활을 해주는 스태프는 보지 못했다.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를 비롯한 트레이닝 스태프에게도 감사하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다.
한국 팬들도 최고였다. 지금까지 4개 나라에서 야구를 해봤다. 도미니카, 일본 메이저리그 개막전 등을 뛰어 봤다. 그런데 한국팬은 미국팬 일본팬보다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열정적이었다. 내게는 정말 엄청난 여정이었다. 야구장 밖에서도 나를 반겨주시고 우리 가족들도 따듯하게 대해 주셔서 감사드린다.
선수들에게도 한 마디하고 싶다.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있는 동안 선수들 모두가 나를 따뜻하게 대해줬다. 이렇게 따뜻한 동료들과 있었던 게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낯선 국가에서 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모두가 팔을 벌려 나를 맞이해줬던 모습이 지금도 기억난다. 그래서 짧은 시간임에도 빨리 적응할 수 있었다.
통역은 물론 나를 스카우트했을 때부터 인연을 맺은 박광민 대리에게도 정말 고맙다. 나뿐이 아닌 우리 가족 전체를 잘 돌보아줬다. 우리 아이가 아파서 병원에 갈 일이 있었는데 새벽에 함께 택시를 타고 응급실에 간 적도 있었다. 정말 고맙다.
허리가 아파서 치료를 해봐야하지만 다시 경기를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내 인생에 새로운 장을 맞이해야할 때가 왔다고 생각한다. 만일 은퇴한다면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마지막 야구를 했다는 게 큰 영광이 될 것이다."
다음은 한나한과 일문일답
-한국 야구를 직접 경험하면서 느낀 점. 그리고 한국야구의 발전 가능성을 말해 달라.
“솔직히 말하면 한국에 오기 전까지 한국야구를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와서보니 선수들의 자세가 정말 진지했다. 그게 내게 가장 크게 와닿았다. 분명 앞으로도 KBO리그 선수 중 메이저리그 팀을 도울 수 있는 이가 나올 것이다. 한국야구의 수준은 아주 높다. 감독과 코치들의 지도력도 높다. 한국야구가 발전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
-최근 경기에서 타자로서 기록이 나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야구를 그만둘 수도 있다고 하는데 정확한 부상 상태를 알고 싶다.
“야구 시즌은 아주 길다. 시즌 종안 통증 없이 야구하는 선수는 없다. 그런데 스프링 트레이닝부터 부상이 왔다. 그러면서 전체적인 일정이 꼬였다. 시즌 합류도 늦어졌다. 내가 원하는 수준으로 몸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로 1군에 올라와서 경기를 했다. 경기 중에도 통증이 왔다. 이 통증을 어떻게 유지하느냐에 초점을 맞췄는데 지난 주 토요일 경기 후 통증이 더 심해졌다. 병원에서 진단을 해보니 다시 재활이 필요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엉덩이 쪽 허리가 가장 안 좋은 상황이다.”
-그럼 은퇴하는 것인가?
“내 머리와 심장은 계속 뛸 수 있다고 하고 있다. 현재 지금 몸 상태로선 통증이 있다보니까 다시 경기를 하겠다고 말하기 힘들다. 미국에 가서 치료에 집중을 한 다음에 결정하려고 한다.
-백순길 단장이 나중에라도 야구 업무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고 했는데
“나로서는 영광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일단 가족들과 함께 미국에 돌아가서 재활에 치중하려고 한다. 그 이후 결정을 하려고 한다. 나는 오랫동안 야구를 해왔고 야구의 피가 흐른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LG에 꼭 돌아오고 싶다. 남상건 사장님, 백순길 단장님과 함께 LG가 발전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정말 영광이다.”
-완전치 않은 몸 상태에도 1군 경기 출장을 강행했던 이유가 궁금하다.
“야구의 가장 큰 매력은 모두가 승리를 위해 자신의 일을 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예상치 않은 부상으로 나도 당황스러웠고 시즌 초반에 많이 뛰지 못했다. 여기에 부상 선수도 많이 나오고 분위기도 내려앉았다. 그래서 내가 올라가서 뛰어야한다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야구를 하면서 나 자신만을 위한 적은 없었다. 비록 통증은 있었지만, 통증에도 꼭 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지난해 SK에서 뛰었던 루크 스캇은 감독이 거짓말쟁이라고 한 후 한국을 떠났다. 당신은 이와는 전혀 반대로 한국을 떠나기전 기자회견을 요청한 이유가 궁금하다.
“단지 모두에게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우리 가족 모두 서울에서 대단한 경험을 했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첫째 아들이 집 근처에서 영어 유치원을 다니고 있다. 다닌지 지금 두 달 정도됐는데 지금은 집에 오자마자 다시 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한다. 미국에 돌아간다고 하니까 울면서 돌아가기 싫다고 이야기하더라. 우리 가족 모두 한국에서 보낸 시간을 잊지 못할 것이다.”
-아까 KBO리그 선수 중 메이저리그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가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한국에는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들이 정말 많다. 구체적으로 당장 떠오르는 선수는 없다. 오직 10개 팀 밖에 없지만, KBO리그 타자들의 타격과 투수들의 투구에 큰 감명을 받았다. 시즌 전체를 뛰었다면 확실히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 당장 누군가를 말하기는 힘들다.”
-LG를 떠나면서 LG가 더 잘 되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야구는 기복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멘탈이 아주 중요하다.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서 여러 팀에서 뛰어봤지만 최고의 선수들이 있는 팀은 꾸준하다. 그 안에 베테랑만 있는 것도 아니고 어린 선수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베테랑과 어린 선수들이 조화가 되는 게 최고의 팀이 될 수 있는 조건이다. LG 또한 이런 부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혹시 LG와 계약하지 않았다면 올해 더 건강한 상태로 야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나?
“전혀 그런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에 와서 이러한 대단한 경험을 한 게 정말 좋다. 8년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야구를 했는데 뒤돌아봐도 LG와 계약한 것은 최선의 선택이었다.”
-LG 어린 선수 중 가장 기량이 많이 발전한 선수, 가장 당신에게 질문을 많이 한 선수가 누구인지 궁금하다.
“오지환이다 오지환은 정말 엄청나다. 그의 재능은 끝이 없다. 내게 질문도 많이 했고, 성장도 하고 있다. 매일 오지환을 보는 것 만으로도 즐거웠다. 미국에 가서도 오지환이 뛰는 것을 계속 지켜볼 것이다. 오지환 외에도 많은 어린 선수들이 야구를 더 잘하고 싶어서 갈망하는 모습이었다. 정말 인상적이었다. 이 어린선수들이 성장해서 나중에 LG에 큰 힘이 될 것이다.”
한나한은 다음주초 미국행 비행기를 탈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한나한은 "아직도 첫 째 아들이 미국에 돌아가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좀 남아있으니 최대한 설득을 하려고 한다"며 웃었다. 덧붙여 "남은 시간 해운대 같은 바다에 놀러가보려고 한다"며 한국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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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