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KBO 리그에서도 메이저리그의 영향을 받아 '커맨드'라는 용어를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제구력과 비슷한 의미이긴 한데, 그 안에 담고 있는 뜻은 더욱 깊은 게 바로 커맨드다.
메이저리그 통산 216승에 빛나는 투수 커트 실링은 커맨드를 가리켜 "좋은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이는 단순히 스트라이크를 던질 수 있다는 의미의 '컨트롤'과는 조금은 다르다는 걸 의미한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도 커맨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정말 좋은 투수는 제구력을 뛰어 넘는 커맨드 능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염 감독이 생각하는 커맨드의 정의는 무엇일까. "단순히 스트라이크를 던질 줄 아는 건 제구력이고, 커맨드는 그보다 상위 개념이다. 스트라이크 존 구석으로 던질 줄 안다고 커맨드 능력을 갖춘 게 아니라, 여러 방법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낼 줄 알아야 한다."
스트라이크 존 구석을 찌른다고 커맨드가 있는 건 아니다. 염 감독은 "커맨드는 스트라이크 존에 공을 던지는 것뿐만 아니라, 파울이나 헛스윙으로 스트라이크를 잡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뇌싸움과 수읽기는 필수다. 타자 몸쪽으로 빠른 공을 붙였다가 바깥쪽 슬라이더를 던지면 방망이가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면 타자는 헛스윙을 하거나 파울로 걷어낸다. 이렇게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펼칠 줄 알아야 커맨드가 있다고 평가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염 감독이 생각하는 커맨드의 갖춘 투수의 기준은 이런 방법으로 80% 이상 자신이 원하는 코스에 공을 제대로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염 감독은 "물론 야구에 100%는 없다. 어떤 선수도 100% 모두 원하는 코스에 공을 던질 수는 없다. 그래도 80%는 넘어야 커맨드를 갖췄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당히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커맨드가 있는 투수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염 감독이 생각하는 커맨드를 갖춘 투수는 누가 있을까.
가장 먼저 류현진의 이름을 꺼낸 염 감독은 현재 KBO리그에서 활약 중인 5명의 투수 이름을 거론했다. 송신영(넥센)과 손민한(NC), 윤성환(삼성), 유희관(두산)이 그 주인공이다. 염 감독은 "우리 팀에서는 송신영 정도가 가능하고, 손민한은 이게 가능해서 야구 잠시 쉰 뒤에도 지금까지 하는 것이다. 윤성환과 유희관 모두 자기만의 무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염 감독은 넥센 소속 젊은 투수들에게 메시지를 남기는 걸 잊지 않았다. "공격적인 피칭은 무조건 직구로 스트라이크 넣는 게 아니라, 직구와 변화구 모두 활용해 스트라이크 존을 공략하는 것이다. 직구만 넣는 건 단순한 피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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