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짧게 치기 위해 노력하겠다”.
이호준은 18일 수원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그토록 기다리던 통산 300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승엽(삼성), 양준혁, 장종훈, 심정수, 박경완, 박재홍, 송지만(이상 은퇴)에 이어 통산 8번째의 기록. 아울러 이호준은 39세 4개월 10일의 나이로 300홈런 고지를 밟으며 종전 박재홍(당시 SK, 39세 26일)이 갖고 있던 최고령 300홈런 기록을 경신했다.
단순히 ‘최고령’이었기에 의미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호준은 올 시즌 시간을 거꾸로 걷는 듯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특히 5월 한 달 동안 타율 3할5푼5리 9홈런 34타점을 기록하며 월간 MVP를 수상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광주 KIA전에선 통산 299홈런을 치며 300홈런에 1개만을 남기게 됐다. 하지만 이후 좀처럼 통산 300번째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6월 들어 1개의 홈런도 치지 못했고, 중심타선에서 주춤하니 팀도 하향 곡선을 그었다. 평소 호탕한 성격의 이호준이지만 300홈런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호준은 “원래 안타, 홈런, 타점 등 숫자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일부러 신문도 안 보는데 주변에서 ‘300’, ‘300’ 하니까 타석에 들어서면 몸이 반응했다. 주자가 없을 때 큰 걸 의식했다. 그러다보니 밸런스도 무너지고 멘탈도 흔들렸다”라고 털어놓았다.
NC는 6월 초 4연패 후 5연승으로 다시 좋은 흐름을 가져오는 듯 했다. 그러나 다시 4연패에 빠지며 1위였던 순위도 3위로 내려갔다. 4번 타자 에릭 테임즈도 근육통으로 인해 17일 수원 kt전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됐다. 팀이 연패에 빠지자 중심타자 이호준도 책임감을 느꼈다. ‘300홈런’보다도 팀의 연패를 끊고 싶었던 게 이호준의 마음. 그동안 길렀던 면도까지 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다.
이호준은 18일 kt전을 승리한 후 “변화를 주고 싶었다. 그리고 오늘 경기를 시작하기 전에 ‘내가 너무 팀을 생각 안 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수들이 내 홈런을 기다려주고, 홈런을 쳐줘야 다른 선수들 분위기도 좋아지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나도 짧게 치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전했다”고 말했다. 베테랑답게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겠다고 선언한 것.
그리고 타석에서 말 그대로 ‘팀 배팅’에 집중했다. 이호준은 팀이 3-0으로 앞선 1회초 무사 2루서 정성곤의 초구 체인지업(126km)을 받아쳐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포, 그리고 고대하던 통산 300홈런을 터뜨렸다. NC는 이 홈런으로 순식간에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경기 결과는 NC의 9-4 승리. 초반에 활화산처럼 터진 타선의 힘으로 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그 중심에는 베테랑 이호준이 있었다.
이호준은 경기 후 홈런 상황에 대해 “무사 2루였기 때문에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해 무조건 센터로 치려고 했다. 아예 왼쪽을 자르고 센터, 오른쪽만 노렸다. 그런데 그게 잘 맞아서 홈런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300홈런 소감에 대해서도 “체해 있던 게 내려간 느낌이다”라면서 “팀이 연패하는 동안 중심타자로 역할을 잘 못해줬다. 무엇보다 중심타자로 팀 연패를 끊는 것을 도와서 기쁘다”라고 말했다.
이호준은 올 시즌 타율 3할9리 15홈런 67타점을 기록 중이다. 리그 타점 1위는 물론이고 커리어하이를 향해 달리고 있다. 이호준은 이날 투런포로 통산 1099타점을 기록. 김동주(은퇴)를 제치고 역대 통산 타점 단독 4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이호준은 이 기록에 대해 알지 못했다. 단지 중심타자로 타점을 올리는 데 집중할 뿐. 그는 “타점은 중심타자의 자존심이다. 결정적 찬스가 많이 오고 그럴 때 쳐야 팬들도 인정해 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호준은 개인 목표보단 팀의 우승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팀이 정상까지 가도록더 많은 안타와 타점을 기록하겠다”며 이날의 인터뷰를 마쳤다. 이호준은 300홈런 대기록을 앞두고 팀의 상승세를 고민했다. 그리고 팀 배팅을 하겠다는 생각이 운 좋게 홈런으로 연결된 것. 특히 연패를 끊어낸 것에 대해 기쁨을 표했다. 팀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으로 보여준 이호준이다. 그가 베테랑의 정석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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