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말말말]"또 9여? 9자만 보면 머리 아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6.19 05: 51

[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중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또 9여? 끝에 9자만 보면 머리 아파” - NC 이호준
이호준은 18일 수원kt전에서 투런포를 날리며 최고령 통산 300홈런을 기록했다. 300홈런은 역대 8번째 기록이자, 현역 선수로 300홈런 이상을 기록 중인 선수는 이승엽(삼성)과 이호준 뿐이다. 하지만 이 300홈런을 달성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이호준은 5월 30일 299홈런을 쏘아 올린 이후 지독한 아홉수에 빠졌다. 그래도 15경기 만에 홈런포를 가동하며 대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다. 또한 1099타점으로 통산 타점 단독 4위에 오르기도 했다. 취재진이 이에 대해 묻자 이호준은 타점 기록을 전혀 모르는 눈치였다. 그러더니 이호준은 “또 9여? 끝에 9자만 보면 머리 아프다”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평소 숫자에 신경 쓰지 않는다던 이호준도 아홉수는 괴로운 모양이다.

▲ "고치에 비하면 이 정도야" - 한화 강경학
한화 내야수 강경학은 경기 전 가장 일찍 야구장에 나와 늦게까지 훈련하는 선수다. 홈·원정을 가리지 않고 특타에 꼭 포함된다. 17일 SK전을 앞두고도 경기 전 누구보다 많은 훈련량을 소화하느라 구슬땀을 흘렸다. 그래도 그는 "고치에 비하면 이 정도야"라며 밝게 웃었다. 가장 훈련 강도가 높았던 지난 1~2월의 고치 스프링캠프에 비하면 시즌 때 훈련은 아무 것도 아니란 표정. 그는 "매일 특타를 하는 게 당연하다. 많은 연습을 통해 스스로도 실력이 조금씩 느는 게 느껴진다. 아직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더 훈련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 "FA로 해설 계약하는 것 아냐?" - SK 조동화
18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SK 마무리 정우람이 취재진에 둘러싸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나가던 SK 주장 조동화가 정우람을 보고는 "정치 쪽 사람처럼 너무 무겁게 이야기한다. 좀 활기차게 웃으며 하라"고 농담하며 일침을 놓았다. 조용조용하게 인터뷰를 하고 있던 정우람도 목소리를 높여 "동화형이야말로 나의 교과서다. 이런 선배가 되면 안 되겠다 싶다"고 웃으며 응수. 이에 움찔한 조동화는 "이제 말빨도 좋아졌다. FA로 해설 계약하는 것 아니냐?"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정우람은 올 시즌을 마친 뒤 FA 자격을 얻는다.
▲ "이기는 마무리를 해야지. 지는 마무리를 하면 안 돼" - 두산 김태형 감독
올 시즌 두산의 뒷문 단속을 맡고 있는 노경은은 17일 대구 삼성전서 최형우에게 끝내기 3점포를 허용하는 등 ⅔이닝 4실점으로 무너졌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18일 경기 전 취재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덕아웃으로 들어오는 노경은을 불러 세워 한 마디 던졌다. "이기는 마무리를 해야지. 지는 마무리는 하면 안 돼". 그러자 노경은은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태형 감독은 노경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때마다 "정말 준비 많이 했었는데"라고 아쉬워 하면서도 반드시 제 몫을 해줄 것이라는 한결같은 믿음을 보냈다.
▲ "착하게 살아야 겠어요" - 삼성 김상수
김상수는 16일 대구 두산전서 상대 호수비에 안타를 빼앗겼다. 그것도 두 차례나. 17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김상수는 "정말 잘 맞은 타구였는데 아깝네요. 착하게 살아야 겠어요"라고 자조섞인 농담을 했다.
▲ "이봉주도 아니고 맨날 뛴다" - 두산 유희관
선발 투수는 등판한 다음날 러닝 훈련이 기본. 무더위가 시작되는 초여름엔 러닝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하체가 무너질 경우 제구력 등이 동시에 흔들리고 부상 발생 위험도 높아진다. 14일 잠실 NC전에 선발 등판했던 유희관(두산)은 16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러닝 훈련을 하며 컨디션을 조절했다. 평소 재치 넘치는 입담이 트레이드 마크인 유희관답게 취재진을 향해 푸념섞인 농담을 늘어 놓았다. "이봉주도 아니고 맨날 뛴다"고.
▲ “블랙, 완전 괴물이더만”- NC 김경문 감독
16일 수원 kt전에 앞서 취재진과 만난 김경문 감독은 kt 새 외국인 타자 댄 블랙에 대해 “완전히 괴물이더만”이라면서 “괴물 타자를 직접 봐야겠네”라고 말했다. 블랙은 국내 무대 데뷔 후 8경기 연속 안타-타점을 기록하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13경기에서 벌써 4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김 감독은 “몸 쪽 공도 홈런치고, 변화구도 홈런 치더라”면서 “계속 치면 타격감이 식을 수 있으니 하이라이트 보면서 ‘계속 쳐라’라고 생각했다”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 “속담이 맞아,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kt 조범현 감독
16일 수원 kt-NC전에 앞서 김경문 감독은 블랙에 대해 “완전히 괴물 타자”라며 칭찬했다. 다음날(17일) 경기에 앞서 이 소식을 들은 조범현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김 감독이 블랙보고 괴물이라 했다며?”라고 물은 뒤 “속담이 맞아.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라고 말해 웃음을 유발했다. 이는 NC 외국인 타자 에릭 테임즈를 두고 받아친 말. 테임즈는 올 시즌 타율 3할4푼5리 21홈런 65타점으로 리그 최고 타자로 군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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