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는 36승 26패로 2위 NC, 3위 삼성에 0.5경기 앞선 선두를 달리고 있다. 충격적인 패배들을 딛고 일어난 결과다.
두산은 62경기를 치르는 동안 339득점하고 338실점해 득점과 실점 차이가 거의 없음에도 5할 승률에서 +10승을 거두고 있다. 290득점 295실점으로 점수 득실이 두산과 크게 다르지 않은 KIA가 31승 32패로 승률에 5할에 조금 미치지 못하는 것을 보면 놀라운 차이다. 4위 넥센의 경우 436득점 355실점으로 상대보다 81점을 더 냈지만 5할 승률 +8승으로 두산보다 승률이 높지 않다.
타율과 평균자책점을 봐도 의문이 생긴다. 두산의 팀 타율은 2할8푼1리로 4위다. 나쁘지는 않지만 중위권 정도의 성적이다. 평균자책점은 5.14로 9위다. 일반적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팀 순위가 타율보다 평균자책점 순위에 가깝게 수렴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결과다.

두산이 점수를 뽑은 만큼 내주고도 다른 팀보다 승률이 높은 것은 접전에서 강했거나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 점수를 조금 주고 아슬아슬하게 이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또한 패한 경기에서 초반에 흐름이 기울어지면 필승조에 속해있지 않은 투수를 투입해 크게 패했던 경기도 초반부터 종종 있었다.
과정이야 어땠든 기록으로 봐도 두산은 접전에서 강했다. 두산은 3점차 이내 경기에서 20승 11패로 승률이 6할4푼5리에 달한다. 반면 6점차 이상이 난 경기에서는 8승 10패에 그치고 있다. 대승보다는 대패가 조금 많았다. 경기를 하나하나 뜯어보면 승기를 초반에 완전히 놓쳐버렸을 때는 불필요하게 자원을 소모하지 않기도 했다. 자주 있으면 안 되겠지만 장기 레이스에서는 가끔 필요한 운영 방법이다.
고비에 강했던 것은 두산의 또 다른 선전 비결 중 하나다. 두산이 올해 당한 충격적인 패배를 셋 꼽자면 5월 14일 인천 SK전, 지난 6일 목동 넥센전, 17일 대구 삼성전이다. 셋 모두 끝내기 홈런에 의한 패배인데, SK를 상대로는 7-0으로 앞서다 7-8로 뒤집혔고 넥센과의 대결에서는 8-0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이틀 전 삼성을 만나서는 7-4로 앞서다 9회말에만 4실점하고 7-8로 졌다.
하지만 두산은 이 세 번의 충격을 모두 극복했다. 세 번 모두 다음 경기에서는 승리하며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특히 7일 목동 넥센전에서는 니퍼트가 1회말 통증으로 내려갔음에도 다른 투수들을 여럿 활용해 잘 막았고, 18일 대구 삼성전에서도 김수완이 2이닝 소화에 그쳤지만 불펜이 분발하며 역전승을 이끌었다. 충격의 패배 후 긴 연패에 빠질 수 있던 수차례 위기를 사전에 차단한 것이다.
삼성을 만나 이틀간 7이닝 7실점(6자책)으로 고전했던 불펜도 시리즈 마지막 경기에서는 윤명준이 3이닝 무실점하고 승리투수가 된 것을 비롯해 7이닝 1실점으로 삼성 타선을 무력화했다. 이 시리즈 이전까지 삼성에 6-25로 참패한 것을 포함 4전 전패했던 두산은 적지인 대구에서 위닝 시리즈로 삼성전 트라우마까지 벗어던졌다.
큰 점수 차로 앞서다 역전패한 후 침체에 접어들 수도 있던 고비에서 벗어난 두산은 롯데를 홈으로 불러들여 1위 자리를 탄탄히 다지기 위한 3연전에 나선다. 우천 취소가 없다는 가정 하에 롯데가 브룩스 레일리와 조시 린드블럼을 모두 투입하는 총력전을 예고했지만, 두산 역시 정상 로테이션이 가동되면 3연전 안에 유희관과 장원준이 마운드에 오른다. 선발 매치업부터 흥미로운 시리즈가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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