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선발 등판에서 생애 최고 호투를 펼친 허준혁(25, 두산 베어스)이 친정 팀을 맞아 또 한 번의 역투를 준비한다.
허준혁은 19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한다. 지난 13일 잠실에서 있었던 NC전에 선발로 나섰던 허준혁은 6이닝 4피안타 3탈삼진 2볼넷 무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틀어막아 두산 이적 후 첫 승과 함께 자신의 데뷔 첫 선발승을 수확했다.
지금의 모습이 되기까지 허준혁에게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오버핸드 투수였던 허준혁은 좌완 사이드암이 되려는 시도도 했지만 지금은 다시팔이 올라왔다. “오버핸드에서 사이드암으로 바꾸려고 했는데 아프면서 안 되겠다 싶어 다시 폼을 바꿨다. 지금은 원래(오버핸드 때)보다 팔이 조금 낮다. 그 후 제구가 좋아졌다. 제구에 신경을 쓴 것이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 허준혁의 설명.

퓨처스리그에서 젊은 투수들을 키워내고 있는 이상훈 코치의 도움도 컸다. 허준혁은 이 코치 이야기가 나오자 “도움을 많이 받았다. 기술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부분이 많았다. ‘마운드 위에서는 건방져도 된다. 네가 공을 던져야 경기가 시작된다’는 얘기도 해주셨다. 카리스마도 있지만 장난도 많이 쳐주시는 편이다”라며 이 코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선발로 깜짝 호투를 했다는 시선도 많았지만 사실은 조용히 준비된 돌풍이었다. 허준혁은 퓨처스 팀의 대만 스프링캠프에서부터 선발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퓨처스리그에서 계속 선발로 던졌다. 원래 불펜을 좋아했지만 선발도 매력이 많은 것 같다. 자기를 잡고 싶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마르기만 했던 모습으로 기억하는 이들도 많지만 이제는 조금씩 탄탄한 몸으로 변해가고 있다. “예전엔 80kg도 안 됐는데 지금은 82kg가 됐다. 중요성을 느껴 겨울에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근육양이 늘었다. 시즌 때는 조절하지만 비시즌 때는 많이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며 허준혁은 웨이트 트레이닝 예찬론도 폈다.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인해 가장 달라진 것은 과거 약점으로 지적됐던 체력이다. “시즌 들어와서는 1시간에서 1시간 반 정도 동안 6세트를 했는데, 겨울에는 3일 하고 하루 쉬는 식으로 하면서 10세트씩 했다. 옛날엔 뼈밖에 없었는데 지금처럼 하면 몸이 더 커질 것 같다. 몸이 좋아지는 것보다 힘이 붙는 게 마음에 들고, 50개 던지고 지치던 체력이 지금은 투구 수 7~80개가 돼도 괜찮다”는 것이 허준혁의 생각이다.
구종 변화는 화룡점정이다. 허준혁은 “원래 좌타자를 상대할 때는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던졌는데, 우타자를 상대로는 구종이 더 많아진다. 20살 때부터 포크볼을 던지다 2년간 안 던졌는데 다시 던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좌타자를 상대로도 가끔 쓴다”고 전했다.
롯데와 SK를 거친 허준혁에게 롯데와의 경기는 친정팀을 만나는 것이기도 하다. 기분이 남다를 터. 허준혁은 롯데전에 임하면 어떤 기분일 것 같냐는 질문에 “좀 더 집중하게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친정을 상대로 좋은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김태형 감독의 눈도장을 다시 한 번 받을 수 있는 기회다. 허준혁으로서는 우천 취소가 되지 않기만을 바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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