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히메네스, 베스트 시나리오는 3루수 나바로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6.19 05: 52

“큰 구장에서 홈런을 친 게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이다.”
시작이 좋다. LG 트윈스 외국인 내야수 루이스 히메네스(27)가 한국무대를 밟자마자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히메네스는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 17일 잠실 KIA전에서 4타수 2안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그리고 두 번째 경기인 18일 잠실 KIA전에선 잠실구장 우중간 담장을 넘기는 솔로포를 작렬, 두 경기 만에 홈런을 신고했다.
이날 경기 전 양상문 감독은 히메네스의 타격 스타일을 두고 “체구가 좀 작지만 나바로처럼 힘 있는 스윙을 한다. 원래 도미니카 선수들은 체격과 상관없는 스윙을 구사한다. 체격만 보고 타격 스타일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히메네스가 파워히터로서 경쟁력을 갖췄음을 강조했다.

히메네스와 나바로(28)는 비슷한 부분이 많다. 나이도 한 살 차이 밖에 안 나고 신장은 메이저리거 시절 히메네스가 183cm, 나바로는 180cm로 표기되어 있다. 우투우타 내야수로 메이저리그 유망주 시절, 공격과 수비를 모두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마이너리그 트리플A까지는 성장이 지속됐으나, 빅리그의 벽을 넘지 못한 것도 공통점이다. 히메네스는 나바로를 “이전부터 알고 지내던 친구”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히메네스는 2014시즌 LA 에인절스 산하 트리플A팀 솔트레이크에서 타율 2할8푼6리 21홈런 76타점 OPS .826을 기록했다. 하지만 막상 빅리그에 오르면 수비에서 명장면을 연출한 것 외에는 강한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트리플A 성적만 놓고 보면 나바로는 히메네스보다는 안 좋다. 삼성 유니폼을 입기 바로 전 해였던 2013시즌 나바로는 트리플A 노포크에서 타율 2할6푼7리 12홈런 53타점 OPS .772를 올렸다. 메이저리그 통산 타율은 2할6리에 그쳤다.
그런데 주목해야할 부분이 있다. 나바로를 비롯해 테임즈와 브렛 필까지 지난해 KBO리그에서 대성공을 거둔 외국인 타자들의 공통점이다. 셋 다 트리플A서 활약하며 꾸준히 메이저리그에 콜업 됐지만, 빅리그에 정착하지는 못했다. 전형적인 쿼드러플A형 선수다. 연령대는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야구인생 최고 전성기에 한국 땅을 밟았다. 메이저리그에 좀 더 도전할 수 있는 시기지만,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길을 택했다.
반면 지난해 한국무대에서 성공하지 못한 외국인 타자들은 이들보다 나이가 많거나, 부상이 있거나, 미국에서 평가가 낮았다. SK 루크 스캇은 커리어는 최고였으나, 지난해 기준 36세로 이미 하락세에 접어든 시기였다. 두산 호르헤 칸투는 몸이 완전치 않으면서 후반기에 급추락했다. LG 조쉬벨과 롯데 루이스 히메네스는 빅리그를 노려볼만한 쿼드러플A형 선수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랐다.
히메네스는 전자와 후자 중 전자에 가깝다. LA 에인절스 팜에서 메이저리거를 꿈꿨던 히메네스는 3, 4년전 만 해도 마이크 트라웃, 게릿 리처즈 등과 함께 에인절스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수비에서 성장이 빨라, 핫코너에 공백이 생기면 콜업되곤 했다. 만 25세였던 2013시즌 빅리그 첫 해임에도 34경기를 소화할 정도로 전도유망했다.
      
히메네스는 한국에서 뛰게 된 이유를 묻자 “나이가 먹어가면서 트리플A에서 좋은 성적을 내도 메이저리그에서 뛸 기회가 점점 줄어들었다. 기회를 얻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면서 한국이나 일본에서 뛰는 것에 대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고 답하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오래 있고 싶다”고 다짐했다.
삼성은 2014시즌을 앞두고 조동찬의 부상으로 무주공산이 된 2루를 나바로를 통해 메우기로 결정했다. 결과적으로 나바로는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리그 최정상급 2루수로 올라섰다. 2014시즌 타율 3할8리 31홈런 25도루 98타점 118득점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 MVP도 차지했다. 올 시즌도 이미 홈런 21개로 홈런 부문 리그 2위에 자리 중이다. 2할4푼5리로 타율은 떨어졌으나, 52타점으로 해결사 본능은 지난해 그대로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18일 KIA전서 5-3으로 승리, 2연승으로 위닝시리즈에 성공하고 나서 “(서)재응이를 상대로 어려운 경기를 했는데 히메네스의 홈런이 크게 작용했다. 본인도 큰 구장에서 홈런을 친 게 자신감으로 이어질 것이다”면서 “9회초에 3루 수비에 나섰는데 어차피 공격과 수비를 모두 해야 할 선수다. 주말 3연전부터는 공수를 모두 다 소화할 것이다”고 목동 넥센 3연전에서 히메네스의 3루수 선발 출장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양 감독은 “우리는 히메네스에게 수비 또한 기대를 걸고 있다. 우리 팀에 땅볼 유도형 투수들이 많은 만큼, (오)지환이와 함께 넓은 수비 능력을 통해 우리 팀의 수비력을 상승시켜 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히메네스가 합류한 이번 주부터 팀 분위기가 정말 좋아졌다. 히메네스를 보면 믿음이 간다. 긍정적이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3루수로서 수비 범위가 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웃었다. 
삼성이 나바로를 통해 2루·리드오프 고민을 완벽히 해결한 것처럼, LG도 히메네스로 핫코너·우타 거포 부재에서 탈출할지 지켜볼 일이다.
drjose7@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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