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구 타율 3위’ 강정호의 킬러 본능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19 06: 21

초구 공략은 양날의 검이다. 분명 타자가 노려볼 만한 구석이 있지만 자칫 잘못해 실패할 경우 팀에는 그다지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더 철저한 연구와 과감성이 필요하다. 강정호(28, 피츠버그)의 올 시즌 메이저리그(MLB) 적응도 이런 초구 타격에서 살펴볼 수 있다. 리그 정상급 타율로 킬러 본능을 과시하고 있다.
강정호는 18일(이하 한국시간)까지 타율 2할8푼, 출루율 3할6푼3리, 장타율 4할2푼, OPS(출루율+장타율) 0.783을 기록하고 있다. 분명 예상을 뛰어넘는 수치다. 이런 활약에 대해 현지 언론들은 강정호의 뛰어난 기량은 물론 철저한 연구를 통한 노림수가 빛을 발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강정호는 경기를 앞두고 상대 투수들의 투구 영상을 빠짐없이 보며 자신의 타격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강정호의 노림수는 초구 공략에서 빛나고 있다. 강정호는 올 시즌 4개의 홈런 중 3개를 초구에 만들어냈다. 18일 화이트삭스전에서 기록한 시즌 4호 홈런도 그랬다. 1-0으로 앞선 1회 1사 1루에서 상대 선발 존 댕스의 90마일(145㎞) 빠른 공이 높게 들어온 것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밀어서 우측 담장을 넘겼다. 강정호는 이날 댕스의 공을 처음 본 선수였다. 뛰어난 적응력과 노림수가 뒷받침된 홈런이었다.

이에 대해 강정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댕스가 제구가 좋은 투수인 것을 알 수 있었고 그래서 초구에 스트라이크를 잡으러 들어올 것이라 판단했다. 초구를 노리고 있었고 이는 가장 좋은 선택이 됐다”라고 설명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아 유리한 볼 카운트를 잡으려고 하는 것은 모든 투수들의 기본적인 본능이다. 먼저 실점한 댕스로서는 조급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스트라이크존에 공을 넣을 가능성이 높았다. 강정호는 이를 놓치지 않은 것이다.
실제 강정호는 올 시즌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돌렸을 때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 시즌 강정호의 초구 타율은 무려 6할(15타수 9안타)이다. 홈런 3개가 초구에서 나와 장타율은 12할에 이른다. 반면 볼카운트가 몰린 상황에서는 어느 타자와 마찬가지로 타율이 떨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2S 상황에서는 2할5푼, 1B-2S에서는 2할7푼3리, 2B-2S에서는 1할6푼1리를 기록했고 풀카운트 승부에서는 1할4푼3리로 썩 재미를 보지 못했다.
이런 강정호의 초구 타율은 KBO 리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MLB에서도 매우 좋은 성적이다. 18일까지 초구를 15번 이상 공략한 선수 중 강정호보다 좋은 타율을 가진 선수는 크리스 콜라벨로(토론토, 0.655), 앤서니 리조(시카고 컵스, 0.630) 뿐이다. 콜라벨로는 29차례, 리조는 27차례로 적극적인 초구 공략을 한 선수들로 손꼽힌다.
10타석 이상을 기준으로 해도 대니 발렌시아(토론토, .727), 야시엘 푸이그(LA 다저스, 0.615)만이 강정호보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리그 전체로 보면 3~5위권 초구 타율을 기록 중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강정호의 노림수가 충분히 통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수준이 높은 MLB 투수들의 공이라고 전혀 주눅이 들 필요가 없음을 시사하는 자료로 부족함이 없다. 어쩌면 계속 공을 기다리는 것보다 노리는 공이 있다면 과감하게 휘두르는 것이 더 좋은 확률을 가진다고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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