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도 부상 및 부진 선수들은 있었지만 나머지 주축 선수들이나 새로운 선수들이 그 공백을 잘 메워줬다. 하지만 올해는 그렇게 잘 안 된다”
19일 인천 SK전을 앞둔 류중일 삼성 감독은 아쉬운 입맛만 다셨다. 최근 부상 및 부진 선수들이 속출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해결사가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숱한 고비를 넘기며 통합 4연패의 대업을 달성한 삼성이지만 최근 10경기 성적은 근래 보기 드물 정도로 좋지 않았다. 삼성은 19일 경기 전까지 6월 6일 이후 가진 10경기에서 2승8패에 머물렀다.
이 기간 중 팀 평균자책점은 6.21로 충격의(?) 최하위였고 타선도 10경기에서 40득점밖에 내지 못하며 중・하위권 성적에 처져 있었다. 새로운 기분으로 시작한 SK와의 주말 3연전 첫 경기에서도 이런 문제는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듯 했다. 마운드에서는 ‘에이스’ 알프레도 피가로가 선방했으나 타선은 여전히 답답했다. 그러나 수차례 SK 마운드를 두들긴 삼성은 끝내 그 문을 열고 탈출구를 찾아냈다.

삼성은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선발 피가로의 7이닝 3실점 호투와 8회 터진 대타 채태인의 역전 적시타에 힘입어 7-3으로 이겼다. 최근 침체된 분위기에서 탈출하는 짜릿한 역전승이었다.
이날 삼성은 이날 2군에서 올라온 김정혁을 선발 6번 3루수로 썼다. 류중일 감독은 김정혁에 대해 “수비는 다소 부족하다. 걸음도 빠른 편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공격력에 기대를 걸었다. 그만큼 최근 팀 타선이 저조하다는 방증이었다. 박한이와 구자욱을 테이블세터진에 포진시키고 나바로를 3번으로 이동시키는 등 팀 타순에 변화를 줬다. 하지만 3회까지는 상대 선발 김광현에게 완벽히 묶였다.
그러나 0-3으로 뒤진 4회 나바로가 큼지막한 좌월 2점포를 터뜨리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후로는 계속 기회가 찾아왔다. 그런데 좀처럼 이를 살리지 못하며 계속 끌려갔다. 피가로가 마운드에서 든든하게 버텼지만 흐름을 바꾸지 못한 이유다.
5회에는 1사 후 이영욱 이지영이 연속 좌전안타로 출루했다. 그러나 김상수가 좌익수 파울 플라이, 박한이가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다. 6회는 정말 아쉬웠다. 선두 구자욱의 우익수 옆 2루타, 나바로의 볼넷으로 무사 1,2루의 찬스를 잡았다. 중심타선으로 연결되는 상황을 고려하면 동점을 넘어 역전도 욕심을 낼 수 있는 상황. 하지만 최형우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고 이승엽도 1루수 앞 병살타를 치며 무득점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찾아왔다.
7회에도 기회가 있었다. 2사 후 이지영이 우전안타를 치고 나가 불씨를 살렸다. 김광현의 제구가 살짝살짝 빗나가는 틈을 타 김상수 박한이는 볼넷을 골라 만루를 만들었다. 2사 이후이긴 하지만 1점차였고 이날 첫 만루 기회이기도 했다. 김광현의 투구수도 100개를 향하고 있었다. 구위가 초반만 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구자욱이 불리한 볼카운트에 몰린 끝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하지만 8회 기회는 놓치지 않았다. 해결사는 이날 무릎 통증으로 선발 라인업에서 빠진 채태인이었다. 삼성은 8회 SK 두 번째 투수 전유수를 상대로 선두 나바로와 최형우가 연속 안타를 치고 나갔다. 그리고 이승엽이 볼넷을 골라 또 만루 기회를 만들었다. 여기서 류중일 감독의 승부수가 통했다. 대타 채태인이 윤길현을 상대로 좌중간을 가르는 3타점 2루타를 치며 단숨에 승기를 가져왔다. 혈이 뚫린 삼성은 8회 이지영의 적시타, 그리고 9회 박해민의 적시타로 차근차근 점수차를 벌리며 승리에 이르렀다.
류중일 감독이 바라던 그림이었다. 류 감독은 18일 대구 삼성전을 떠올리며 “기회에서 쳐줘야 하는데 병살로 흐름이 어긋났다”라며 승부처에서의 한 방을 아쉬워했다. 그러나 이날 채태인이 꽉 막힌 삼성의 물줄기를 완벽하게 바꿔놓은 것이었다. 때로는 이런 짜릿한 역전승이 대반전의 기틀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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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