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장에도 돋본인 포수 양의지의 존재감
OSEN 조인식 기자
발행 2015.06.20 06: 02

강민호(30,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리그 최고의 포수 자리를 다투는 양의지(28, 두산 베어스)의 존재감이 출전하지 않은 경기에서조차 드러나고 있다.
양의지는 체력안배 차원에서 팀이 3-4로 패한 지난 19일 잠실 롯데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이번 시즌 58경기에 나선 양의지는 타율 3할1푼7리, 12홈런 39타점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마스크를 썼을 때나 방망이를 들었을 때 모두 팀에는 없어선 안 될 존재다.
19일 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이 김 감독에게 양의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묻자 김 감독은 “책임감 있게 잘 하고 있다. 주전 포수로 투수들을 잘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따금씩 투수들을 불러 모아 한 마디씩 건네는 것도 양의지의 임무다. 김 감독은 “포수가 투수를 혼내기도 하고 다독이기도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양의지는 감독은 물론 동료 투수들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고 있다. 포수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김 감독은 “투수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라고 간단히 답했다. 투수를 편하게 할 줄 알아야 한다는 포수 출신 감독들의 공통된 이야기와도 교집합이 생긴다.
이제 충분한 경험도 쌓였다. 김 감독은 “포수를 하며 뭔가 알았다고 느끼려면 풀타임으로 300경기 정도는 뛰어봐야 한다”고 했다. 주전으로 대략 세 시즌 정도를 보내야 소화할 수 있는 경기 수다. 양의지는 이미 이 기준은 넘었고, 베테랑 대열에 곧 합류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루만 쉬었는데도 양의지의 존재감은 뚜렷이 나타났다. 9회초 2점을 헌납하며 두산은 그의 공백을 느꼈다. 2-2로 맞서던 9회초. 2사 1, 3루에 2루로 가는 황재균을 잡으려던 최재훈의 송구가 뒤로 빠진 것이 결승점이 됐다. 이 경기를 현장에서 중계한 KBSN 스포츠 조성환 해설위원은 송구를 커트하지 않은 노경은과 베이스 커버를 들어가지 않은 오재원을 지적했다.
실제로 황재균의 스타트가 빨라 오재원이 재빨리 커버를 들어갔다고 해도 세이프가 되는 타이밍이었다. 이러한 타이밍을 감지하면서도 최재훈이 2루 방향으로 공을 던진 것은 노경은이 중간에 끊게 해 3루 주자가 홈에 들어오려 할 경우 이를 잡아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던질 당시에도 최재훈의 시선은 3루로 한 번 향했다. 따라서 최재훈의 잘못이라 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이후 폭투는 포수가 잡아줄 수도 있는 공이었다. 최재훈의 잘못은 이것 하나다.
물론 최재훈은 좋은 포수다. 10개 구단 백업 포수 중 으뜸으로 꼽힌다. 이날 경기에서는 타석에서 희생플라이 하나를 포함해 2타수 1안타로 제 몫을 다했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에 최상의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해 결승점 이후 추가점을 주는 폭투를 막아내지 못했다.
지난 경기에 대한 가정은 무의미하다. 양의지가 있었다 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전날 경기에 2-2에서 2-4로 가는 과정이 두산으로서는 아쉬움이 짙게 남는다. 그만큼 양의지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한 판이었다. 다시 마스크를 쓸 양의지가 유희관과호흡을 맞추며 연패를 막아서고 연승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도 지켜볼 점이다.
nick@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