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답한 그레인키, 불운 최고봉은 누구?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20 08: 09

LA 다저스의 야수들은 잭 그레인키(32, LA 다저스)만 보면 고개를 숙여야 할 처지다. 한창 승수를 쌓아야 할 때 동료들의 득점지원을 받지 못하며 답답한 양상만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그레인키보다 더 답답한 선수들도 없지는 않다.
그레인키는 19일(이하 한국시간)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텍사스 레인저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7이닝 동안 4피안타 1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의 역투를 펼쳤다. 최근 감이 괜찮은 텍사스 타선을 꽁꽁 묶었다. 그런데도 승리투수가 되지 못했다. 불펜투수들이 승리를 날린 것도 아니었다. 타자들 문제였다. 타자들은 그레인키가 마운드에 서 있는 동안 단 1점도 뽑아내지 못했다.
결국 9회 끝내기 보크라는 보기 드문 상황 끝에 이기기는 했지만 그레인키의 불운은 계속 이어지는 모습이다. 그레인키는 올 시즌 14경기에서 1.81의 걸출한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도 5승(2패)에 머물고 있다. 14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졌고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 실패한 경기는 딱 한 번(6월 3일 콜로라도전 6이닝 5실점)밖에 없다.

그럼에도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해 승리를 챙기지 못하는 일이 늘어나고 있다. 그레인키는 5월 6일 밀워키전에서 시즌 5승을 신고한 이후 아직 승리가 없다. 그 후 8경기에서 54⅓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1.99의 맹활약을 펼쳤으나 승리 없이 2패에 머물고 있다. 이런 그레인키의 올 시즌 9이닝당 득점지원은 3.71점이다. 0~2득점 지원 때는 평균자책점 1.31, 3~5득점 지원 때는 0.90로 분전하고 있으나 타선이 그레인키를 돕지 못하고 있다.
그레인키는 캔자스시티 시절을 회상하며 “다 좋았으나 승수를 쌓기는 지루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캔자스시티 시절 가장 못한 득점지원을 받았던 2010년의 9이닝당 득점지원이 3.80점으로 올해보다는 소폭 높았다. 대놓고 표현하지는 못하지만 그레인키의 심기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편안할리는 없다.
그런데 리그에는 그레인키보다 더 못한 득점지원을 받는 선수들도 있다. ‘평균적으로’ 따진 기록이라 불운의 임팩트를 그대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어쨌든 26명이나 된다. 가장 불운한 선수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코리 클루버(클리블랜드)로 9이닝당 득점지원이 단 2.33점이다. 클루버는 올 시즌 3.54라는 나쁘지 않은 평균자책점을 기록 중이나 3승8패에 머물고 있다. 클루버의 지난해 득점지원은 4.39점으로 18승을 쓸어 담았다. 올해는 반토막이 난 셈이다.
그 외 호세 퀸타나(시카고 화이트삭스, 2.46점), 맷 가르자(밀워키, 2.53점), 콜 해멀스(필라델피아, 2.58점), 랜스 린(세인트루이스, 2.58점), 제시 차베스(오클랜드, 2.63점) 등이 불운 랭킹 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다저스 선수로는 전체 17위인 브렛 앤더슨(3.43점)이 가장 낮고 텍사스는 요바니 가야르도(20위, 3.59점), 피츠버그는 제프 로크(21위, 3.65점)가 가장 득점지원과 거리가 있는 선수들이다.
이에 비해 가장 많은 지원을 받는 선수는 드류 허치슨(토론토)으로 9이닝당 득점지원이 무려 8점이다. 허치슨은 5.33의 평균자책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패전이 한 번밖에 없는 반면 6승을 쌓았다. 화끈한 토론토 타선의 덕을 본다고 할 수 있다. 콜비 루이스(텍사스, 7.62점), 마크 벌리(토론토, 7.07점)도 7점 이상을 지원을 받는다. 이들 중 3점대 평균자책점은 하나도 없지만 패전이 더 많은 투수는 없다. 제임스 쉴즈(샌디에이고, 6.88점)도 상위권인데 아직 무패(7승)다. 이래서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닌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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