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메네스 수비 시동’ LG, 통곡의 벽 세운다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6.20 08: 09

LG 트윈스 외국인 내야수 루이스 히메네스(27)가 매 경기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히메네스는 첫 경기 멀티히트, 두 번째 경기 홈런에 이어 세 번째 경기에선 수비 능력을 자랑했다. 지난겨울 양상문 감독이 왜 자신을 ‘영입 영순위’로 여겼는지 증명 중이다.
LG는 지난 19일 목동 넥센전에서 히메네스를 4번 타자겸 3루수로 선발라인업에 넣었다. 히메네스는 이전 두 경기에선 4번 지명타자로 출장했고, 지난 18일 잠실 KIA전에선 9회초 1이닝만 3루 수비를 소화했다. 포지션 플레이어로서 선발 출장은 19일 넥센전이 처음. 이전까지 양 감독은 “히메네스에게 적응할 시간을 주겠다. 본인은 괜찮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시차나 이곳 그라운드 컨디션에 조금이라도 더 익숙해졌을 때 수비에 나서게 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히메네스는 자신의 KBO리그 세 번째 경기부터 핫코너를 지키기 시작했다. 그런데 황당하게도 1회부터 8회까지 단 한 번도 히메네스에게 타구가 오지 않았다. 선발투수 우규민이 예리한 제구력을 통해 꾸준히 내야땅볼을 유도했으나, 3루로는 공이 가지 않았다. 히메네스는 타구가 유격수나 2루를 향할 때마다 자신도 신기한 듯 웃었다.

결국 3루를 향한 타구는 단 하나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히메네스는 9회말 자신의 넓은 수비 범위를 증명하며 넥센의 처음이자 마지막 ‘3루 땅볼’을 만들었다. 서건창의 타구가 유격수 오지환의 정면을 향했는데, 히메네스는 무섭게 타구를 향해 대시, 타구를 잘라낸 후 강하게 1루로 뿌렸다. 빠른 스타트와 포구 능력, 그리고 강한 어깨가 삼박자를 이룬 호수비였다. 
양상문 감독은 2014시즌이 끝나자마자 유지현 코치, 강상수 코치와 함께 도미니카로 떠나 윈터리그를 관람했다. 도미니카에서 양 감독은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히메네스의 플레이를 두 눈에 넣었다. 당시 히메네스는 에스트렐라스 소속으로 레다메스 리즈와 함께 뛰었다. 주전 3루수로서 38경기에 출장했고, 양 감독은 히메네스의 타격과 수비력에 높은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히메네스는 당시만 해도 메이저리거의 꿈을 접지 못했다. 양 감독은 “좋은 선수들이 꽤 있는데 모두 메이저리그 팀에 묶여있거나 메이저리그에 도전 중이다”며 아쉬움을 표했고, 결국 빈손으로 귀국했다.
끊어진 것 같았던 LG와 히메네스의 인연은 7개월 후 이어졌다. LG는 허리 부상으로 더 이상 경기를 뛸 수 없게 된 잭 한나한의 대체자로 히메네스를 낙점, 지난 15일 히메네스와 잔여 시즌 35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음을 발표했다. 히메네스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 밀워키 브루어스 소속으로 빅리그 도전장을 던졌다. 그러나 지난 5월 2일 밀워키에서 방출당해 보스턴 레드삭스로 팀을 옮겼다. 보스턴에서도 단 한 경기만 소화하고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그러자 LG 구단은 히메네스 에이전트에 연락했고, 히메네스는 한국행을 결심했다.
히메네스는 지난 16일부터 팀의 합류해 3루 수비 연습에 들어갔다. 박종호 수비코치가 히메네스를 향해 펑고를 쳤는데, 모두가 히메네스의 수비를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박 코치는 펑고를 치는 내내 “확실히 다르긴 다르다”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LG는 2013시즌부터 오지환의 성장과 손주인의 합류로 리그 최정상급 키스톤 콤비를 가동하고 있다. 그런데 2014시즌 정성훈이 3루수에서 1루수로 포지션을 변경하면서 2년째 3루수 적임자를 찾지 못하는 상황이다. 2014시즌 주전 3루수로 영입했던 조쉬벨은 좌우 수비 범위가 너무 좁았고, 5월부터 타석에서 무기력하게 물러나기를 반복하다가 퇴출당했다. 2015시즌을 앞두고는 메이저리그 베테랑 3루수 한나한을 영입했는데, 한나한은 지난 1월 스프링캠프에서 뜻하지 않은 부상을 당했다. LG 유니폼을 벗은 한나한은 커리어 지속 여부를 놓고 고민 중이다.
히메네스의 3루 수비에 시선이 모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히메네스는 마이너리그 유망주 시절, 수비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2013시즌부터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만 25세부터 수비는 메이저리그 수준이라는 평가였다.
결국 이대로라면 LG는 리그에서 가장 수비 범위가 넓고 어깨가 강한 3루수와 유격수를 보유하게 된다. LG 마운드에는 토종 원투펀치 우규민과 류제국을 비롯해 땅볼 유도에 능한 투수가 많다. 뛰어난 내야수비는 이들의 평균자책점은 물론, 팀 전체 실점을 낮추는 결과를 낳는다.
양상문 감독은 “우리가 히메네스에게 기대를 거는 것은 공격 만이 아니다. 수비서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며 “우리 팀에 땅볼 유도형 투수들이 많은 만큼, 히메네스가 (오)지환이와 함께 넓은 수비 능력을 통해 우리 팀의 수비력을 상승시켜 줄 것이라 본다”고 기대했다. 오지환 역시 “ 히메네스를 보면 믿음이 간다. 긍정적이면서도 에너지가 넘치는 선수다. 3루수로서 수비 범위가 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에 대한 기대도 크다”고 웃었다. 
LG는 더 이상 손주인에게 3루를 맡길 필요가 없다. 현재 손주인은 예상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며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재활 중이다. 늦어도 올스타 브레이크 이전에는 1군 무대에 돌아올 확률이 높다. 손주인이 2루수로 합류한다면, LG 내야진은 상대 타자들에게 ‘통곡의 벽’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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