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 리그 첫 10승 투수는 알프레도 피가로(31, 삼성)였다. 꾸준하고도 강력한 투구로 삼성 마운드의 버팀목이 된 피가로에게는 명예로운 훈장이다. 그렇다면 피가로가 다승왕까지 내달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생각보다는 높은 확률이다.
피가로는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 선발로 나가 7이닝 동안 8개의 안타를 허용했으나 3실점으로 잘 막아내고 시즌 10번째 승리를 거뒀다. 3회 3실점을 하며 끌려갔으나 7회까지 추가 실점을 허용하지 않으며 꾸역꾸역 버틴 것이 결정적이었다. 피가로의 호투로 경기 막판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삼성은 2-3으로 뒤진 8회 대거 4점을 내며 피가로의 승리투수 요건을 만들어줬다.
이로써 피가로는 경기 전까지 다승 공동 선두였던 유희관(두산)에 앞서 10승을 선점했다. 14경기에서 모두 6이닝 이상을 던졌고 10번이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한 피가로로서는 그에 걸맞은 보상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10승 페이스는 역대 사례와 비교해도 결코 늦지 않다. 실제 지난해 20승을 거뒀던 앤디 밴헤켄(넥센)은 개인 17경기, 팀 69경기 만인 6월 29일에 10승 문턱을 밟았다. 피가로는 개인 14경기, 팀 66경기 만이다. 2000년 이후 팀 66경기 소화 시점에서 10승을 선점한 선수는 2000년 정민태(현대, 65경기), 2002년 레스(두산, 60경기), 2003년 바워스(현대, 64경기), 2005년 손민한(롯데, 61경기), 2007년 리오스(두산, 62경기), 2010년 양현종(KIA, 63경기)까지 총 6명밖에 없다.
그렇다면 10승 선점 투수들이 다승왕까지 내달릴 확률은 얼마나 될까. 초반 스퍼트가 막판에 영향을 줄 수도 있지만 대개 높은 순위에서 시즌을 마무리했음을 알 수 있다. 1982년 이후 34번의 시즌에서 가장 먼저 10승 고지를 밟은 선수가 시즌 막판 다승왕에 오른 사례(공동 포함)는 총 22번에 이른다. 과거 확률도 따지면 64.7%였다.
선발・불펜의 분업화 양상이 좀 더 뚜렷하게 드러난 2000년 이후로만 봐도 역시 확률이 높다. ‘달성 시점’을 놓고 봤을 때 10승 선점 선수가 다승왕에 오르지 못한 사례는 2002년 레스(최종 16승, 4위), 2003년 바워스(13승, 공동 3위), 2009년 임태훈(11승, 공동 12위), 2010년 양현종(16승, 공동 2위), 2013년 니퍼트(12승, 공동 7위) 정도다. 임태훈의 경우 불펜이라는 특이사항이 있었다. 나머지 10번의 사례에서는 모두 10승 선점 선수들이 다승왕에 올랐다. 다승왕이 된 사례가 더 많았다.
피가로의 개인적인 기량, 삼성의 객관적인 팀 전력을 고려하면 피가로가 꾸준히 승수를 쌓을 가능성은 높다. 피가로는 150㎞를 상회하는 빠른 공을 비롯, 커브・체인지업 등 변화구 구사 능력도 수준급이다. 제구가 몰려 안타를 허용하는 경우는 있지만 뛰어난 위기관리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대목이다. 물론 올 시즌은 다승 부문이 여러 선수로 혼전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지금 추세라면 긍정적인 최종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 자체가 삼성의 순항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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