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우선’이라는 외국인 선수 구성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는 계기가 될까. 아직은 갈 길이 먼 이야기지만 그 가능성이 엿보인다. 외국인 구성에서 투수를 버리고 타자를 선택한 kt가 성공 조짐을 보임에 따라 각 팀별로 맞춤형 외인 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kt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구성을 놓고 골머리를 앓았다. kt는 신생팀 특혜 자격으로 다른 팀보다 1명 더 많은 총 4명의 외국인을 보유할 수 있다. 이에 kt는 투수 3명(크리스 옥스프링, 필 어윈, 앤디 시스코), 타자 1명(앤디 마르테)으로 시즌을 시작했다. 그러나 불발의 연속인 타선 때문에 고민이 컸다. 간혹 투수들이 잘 버텨도 타자들이 힘을 내지 못하니 전체적인 팀 기운이 빠지는 문제도 있었다.
이에 kt는 트레이드와 외국인 교체를 통해 승부수를 던졌다. kt는 시스코를 방출하고 새로운 외인 타자 댄 블랙을 영입하며 타선 보강에 나섰다. 이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성공적이다. 블랙은 합류 후 14경기에서 타율 3할6푼7리, 4홈런, 1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70을 기록하며 자신의 임무를 잘하고 있다. 마르테의 부상 복귀, 블랙의 합류, 그리고 롯데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영입한 선수들의 활약까지 묶은 kt는 만년 팀 타율 꼴찌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랙 영입 이후 kt의 성적은 9승7패로 5할을 웃돈다.

보통 외국인 선수는 투수를 영입하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투수가 타자보다 더 공헌도가 높다는 기본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 여기에 KBO 리그는 현재 야수에 비해 투수들이 부족한 형편이다. 이에 각 팀들은 좋은 외국인 투수를 영입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다. “외국인 3명을 동일 포지션으로 선발할 수 없다”라는 조항만 없다면 모든 팀들이 투수 세 명으로 외인 라인업을 꾸릴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는 의견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물론 10승급 투수가 팀 전력에 가장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외인 투수들이 10승을 달성할 수는 없으며 실패 가능성도 상존한다. 여기에 야수진이 마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헐거운 팀들까지 꼭 투수 2명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가진 자원이 많다면 육성의 목적으로라도 마운드를 꾸려나갈 수 있다. 이런 팀에서는 오히려 3할과 장타력을 갖춘 똘똘한 타자가 팀에 더 공헌할 수도 있다.
한 해설위원은 “물론 현실적으로 외국인 투수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다. 현재 KBO 리그에서는 투수가 절대적으로 귀하다. 모든 사령탑들이 확실한 투수 하나를 더 가지길 원한다”라면서도 “LG와 KIA도 한 번쯤은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견을 내놨다. LG와 KIA는 올 시즌 비교적 괜찮은 팀 마운드에 비해 타선 불발로 애를 먹고 있는 팀이다. 이런 상황에서 루카스 하렐(LG)과 필립 험버(KIA)의 영향력은 그다지 크지 않은 아쉬움이 있다.
LG는 5선발 요원들이 비교적 많은 팀이고 베테랑 선수들이 버티고 있는 KIA도 이는 마찬가지다. 반면 타선은 침체 양상인데 ‘이론적으로는’ 외국인 타자 카드로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물론 규정상 3명의 선수를 모두 활용할 수 없는 날도 있다는 점은 걸림돌. 하지만 5일에 한 번 나서는 선발투수보다 매일 활용할 수 있는 타자의 가치가 더 큰 여건이라면 고려대상 정도는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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