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율성↓’ SK 시스템 불펜, 시험대 섰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20 12: 55

시즌 개막 후 순항하던 SK 불펜이 한 차례 휘청거리고 있다. 공교롭게도 보직 변경 이후 그런 위기가 불거졌다. 단순히 한 경기의 문제가 아니다. 구성적인 문제, 효율성 등도 한 번쯤은 짚고 넘어갈 때가 됐다. 이른바 지금의 ‘과도기’를 잘 넘겨야 시즌 막판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SK는 19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서 3-2로 앞선 8회 불펜이 역전을 허용한 끝에 결국 3-7로 졌다. 선발 김광현의 7이닝 2실점(1자책점) 호투를 앞세워 3연승에 도전했지만 힘이 빠진 불펜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속절없이 무너졌다. 이길 수 있었던 흐름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 진한 경기였다. 여기에 믿었던 불펜에서 균열 조짐이 보였다는 점은 더 뼈아프다.
사실 투수교체 타이밍은 어느 감독이나 어려워한다. 현 KBO 리그에서 가장 과감하고 확률 높은 투수교체 타이밍을 가져가는 김성근 한화 감독도 요새 경기 후 “벤치의 미스다”라고 자책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그만큼 어렵다. 결과론적인 부분을 무시할 수 없어 어디에다 하소연도 못한다. 19일 경기도 그랬다. 이해할 수 있는 투수 운영이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SK는 17일과 18일 연이어 등판해 많은 투구수를 가져갔던 필승 셋업맨인 문광은, 그리고 마무리 정우람의 이날 등판이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휴식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3연투도 3연투지만 직전 2경기에서의 투구수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SK 벤치는 8회 전유수, 9회 윤길현으로 이어지는 마무리를 꿈꿨으나 두 투수의 난조로 그런 구상이 어긋났다. 문광은 정우람 카드를 아낀 대목을 맹목적으로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시즌은 길고, 불펜은 분명 체력 관리가 필요하다.
그런데 단순히 지엽적으로 이 문제를 바라볼 수 없는 이유는 현 SK 불펜이 가지고 있는 구성상의 문제 때문이다. SK는 개막 이후 거의 대부분의 기간 13명의 투수 엔트리를 유지했다. 현재 구성은 선발 5명(김광현 밴와트 켈리 윤희상 박종훈), 롱릴리프 1명(고효준), 필승 셋업맨 2명(문광은 윤길현), 마무리 1명(정우람), 전천후 요원 1명(전유수), 추격조 3명(서진용 이재영 이창욱)으로 꾸려져 있다. 투수교체 타이밍이야 결과론적인 문제라고 쳐도 효율성이 그렇게 높지는 않다.
빡빡한 승부가 계속되고 꼭 잡아야 하는 경기가 많아짐에 따라 필승조 및 전유수의 소모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추격조 중 가장 전천후로 활용되고 있는 서진용도 많은 공을 던졌다. “불펜 싸움으로 3연승을 하기는 어렵다”라는 야구계의 시선도 이와 맞닿는다. 하지만 그 외 나머지 불펜 요원들은 언제 등판했는지도 가물가물하다. 효율성 문제가 불거지는 이유다.
고효준과 이창욱은 6월 9일이 마지막 등판이었다. 그 후 열흘 동안 등판이 없었다. 6월 이후 꾸준히 1군에 있었던 이재영은 6월 4경기에서 5⅔이닝을 던지는 데 그쳤다. 이에 비해 전유수는 7경기에서 7⅔이닝, 서진용은 8경기에서 9이닝, 문광은은 8경기에서 8⅔이닝, 정우람은 8경기에서 8⅔이닝을 던졌다. ‘나가는 투수’들만 나가고 있다. SK 불펜의 체력관리가 상대적으로 잘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편식이 심해진 6월 이후만 놓고 보면 필승조 체력 사정은 다른 팀에 비해 낫다고 할 수 없다.
물론 이와 같은 사정은 앞으로 정리될 가능성이 있다. 몸 상태가 다소 좋지 않았던 채병룡은 2군에서 복귀 시동에 들어갔다. 한 차례 더 등판을 마친 뒤 이르면 다음주 1군에 합류한다. 길게도, 짧게도 던질 수 있는 채병룡의 가세는 불펜에 큰 힘이다. 아직은 신중해야 하지만 박정배도 늦어도 7월에는 합류가 가능하다. 현재 쾌조의 재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어 기대가 크다. 전유수 문광은 윤길현에 대한 부하를 줄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지금의 과도기가 중요하다. SK 벤치는 시즌 중 정우람과 윤길현의 보직을 맞바꿨다. 상대적으로 등판 기회가 적었던 윤길현의 활용성을 극대화시키기 위한 결정이다. 설왕설래는 있지만 마무리를 또 바꿀 수는 없다. 최선의 선택이 되기를 바라야 한다. 여기서 불펜에 최대한의 효율을 기하며 지원군이 올 때까지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 힘을 다 빼면 지금까지 아낀 회심의 밑천이 모두 허사가 된다. 벤치의 엔트리 운영, 일주일을 내다본 불펜 운영, 그리고 투수교체 타이밍이 중요한 이유다. SK 시스템 불펜이 기대를 모았던 것도 다 이런 부분에서 새 바람을 불어일으킬 가능성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SK 불펜이 중대한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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