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1군 풀타임 시즌을 보내고 있는 이현호(23, 두산 베어스)는 앞날이 창창한 젊은 투수다. 어린 나이에 상무에 입대해 군 문제까지 해결하며 착실히 미래를 준비한 덕분이다.
그럼에도 마운드 위에서는 늘 마지막이라는 생각이다. “항상 마지막 경기라고 생각하고 후회 없이 하고 싶다”는 게 이현호의 생각. “처음에 더스틴 니퍼트의 골반 통증으로 1군에 올라왔는데, 운 좋게 살아남고 있다. 겁먹지 않고 던지는 것을 감독님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그는 자신만의 1군 생존법을 소개했다. 올해 개막 엔트리에 들어간 이현호는 한 번도 퓨처스리그로 내려가지 않았다.
이현호는 올해 27경기에서 1승 2홀드,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하고 있고, 벌써 35⅓이닝을 소화해 팀 불펜에 큰 보탬이 되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니퍼트가 1군에서 말소될 때 이현호를 선발로 고려하기도 했지만 믿을 수 있는 롱릴리프 카드가 몇 없다는 판단 하에 그를 그대로 불펜에 두었다.

처음으로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보내며 느끼는 것이 많다. 이현호는 “1군 선수들은 체력관리가 대단한 것 같다. 생각보다 컨디션 관리가 힘든데, 그래도 금방 안 좋아지지는 않는다”며 “어떻게 몸을 풀어야 되는지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지만 특별한 루틴이나 징크스는 안 만들려고 한다. 부진하면 내 탓으로 생각할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기억에 남는 승부도 여럿 있었다. “올해 박병호 선배를 잡아낸 것이 기억에 남는다”는 이현호는 “좌투수지만 우타자 상대로 더 자신 있다. 그리고 중심타선이 더 편하다. 하위타선 선수들은 공을 많이 보고 작전도 자주 나와 잘 속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현호는 우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1할6푼9리로 매우 좋다. 중심타선도 피안타율 2할1푼4리로 잘 막았다. 자신의 말대로 하위타선 상대 피안타율은 2할2푼7리로 중심타선을 만날 때보다 높다.
하지만 설욕하고 싶은 선수도 있었다. 이현호는 “에릭 테임즈에게 잠실에서 큰 것을 맞은 적이 있다. 그땐 너무 자신 있게 들어갔던 것 같다. 그렇게 자신 있게 던진 공이 홈런이 된 것은 테임즈 때와 박한이 선배님한테 맞았을 때(프로 첫 피홈런)밖에 없었다”고 술회했다.
큰 욕심은 없다. 신인왕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구)자욱이나 (김)하성이가 워낙 잘 하고 있어 별 생각은 없다. 계속 좋은 위치에 있다 보면 한 번쯤 바람은 있을 수 있지만 욕심은 없다. 지금 위치에도 감사한다”는 이현호는 보직에 있어서도 “감독님이 다양하게 써주시는데 앞으로 자리를 잡으면 어느 위치가 맞는지 알 수 있겠지만 지금은 많이 나가는 것 자체가 좋다. 물론 선발승을 한 번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다”고 솔직한 마음도 드러냈다.
접전 승부가 좋다고 할 정도로 스릴 있는 흐름을 즐길 줄 아는 이현호는 시간을 더 아껴 운동에 매진하기 위해 최근 인천에서 서울로 이사했다. 그는 “올해 1군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서 서울로 이사를 왔다. 인천 집에서 부모님이 해주시는 밥을 먹지 못하는 점은 아쉽지만 집이 가까워 컨디션 조절하기에도 좋다”는 말로 만족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구위는 팀 내 좌완 불펜투수 중 가장 좋은 편에 속한다. 앞으로 더 큰 투수가 되기 위해 준비할 것은 변화구 제구다. 이현호는 “포크볼과 슬라이더, 커브를 가지고 있는데 던지고 싶은 곳에 던지는 면이 부족하다”며 현재 활용하고 있는 구종을 더 가다듬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nick@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