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약물로 얼룩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기록은 기록이다. 알렉스 로드리게스(40, 뉴욕 양키스)가 개인 통산 3000안타의 기념비를 세웠다. 이제 그 다음 타자가 주목되는 가운데 현지 언론이 뽑은 ‘0순위’는 스즈키 이치로(42, 마이애미)다.
로드리게스는 20일(이하 한국시간)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의 경기에서 저스틴 벌랜더를 상대로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리며 드디어 3000안타 고지를 밟았다. 메이저리그(MLB)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도 3000안타를 기록한 선수는 로드리게스를 포함해 단 29명에 불과하다. 600홈런 이상, 3000안타 이상은 행크 애런(755홈런-3771안타), 윌리 메이스(660홈런-3283안타), 그리고 로드리게스까지 3명 뿐이다. 약물로 얼룩지기는 했지만 어쨌든 대단한 기록은 기록이다.
올 시즌 초반 화두를 모았던 로드리게스의 기록 달성은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된 모습이다. 윌리 메이스를 넘어 역대 홈런 4위에 올랐고 2000타점 고지를 돌파해 이 부문에서도 역대 3위에 올랐다. 여기에 3000안타까지 치며 올 시즌 세울 수 있는 기념비는 다 세웠다고 볼 수 있다. 이제 현지의 시선은 다음 3000안타 후보에 쏠린다. 명예의 전당 직행 티켓으로 불리는 3000안타에 도전하는 선수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MLB.com)와 CBS스포츠는 그 다음 후보자로 이견의 여지없이 이치로를 뽑았다. 이치로는 19일까지 2886안타를 기록 중이다. 3000안타에는 114개가 모자란다. 마이애미에서는 백업으로 나서는 탓에 안타를 추가하는 속도는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 그러나 여전히 3할에 가까운 타율(.292)을 기록하는 등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이미 미・일 통산으로는 4000안타 이상을 기록했는데 MLB에서도 이 기록을 어느 정도 인정해주는 모습이다. 당장 올 시즌 기록하기는 힘들겠지만 내년까지 MLB 무대에서 뛸 수 있다면 4000안타 달성은 유력해 보인다. 이치로 또한 이 기록을 염두에 두고 현역 생활을 이어가고 있음을 밝혔다. 마이애미와의 계약이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나 여전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고 마케팅적 가치가 커 내년에도 소속팀을 찾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두 번째 후보는 아드리안 벨트레(36, 텍사스)다. 현재 2657안타를 기록해 현역 중에서는 로드리게스, 이치로에 이어 3위에 올라있다. 전성기에 비하면 기량이 떨어지고 있지만 2017년 정도까지 건강히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다면 달성이 예상된다. 현역 4위(2587안타)인 알버트 푸홀스(35, LA 에인절스)도 무난한 고지 점령이 점쳐지는 선수다. 푸홀스는 에인절스와 2021년까지 계약이 되어 있다. 넉넉한 시간이 남아있다.
MLB.com은 푸홀스와 더불어 가장 확실한 선수로 미겔 카브레라(32, 디트로이트)를 뽑았다. 카브레라는 통산 2268안타를 기록 중인데 아직 나이가 젊고 매년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카브레라는 2005년 이후 180안타를 못 친 시즌이 없다. 디트로이트와의 계약은 2023년까지다. MLB.com은 2019년에는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젊은 선수들 중에서는 마이크 트라웃(24, LA 에인절스)의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시선이 있었다. MLB.com은 달성 가능성을 10점 만점에 6점으로 봤다. 현재 648안타를 치고 있는 트라웃은 아직 갈 길이 먼 선수지만 기량을 고려했을 때 20대 중반 아래의 선수 중에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다. CBS스포츠는 트라웃과 더불어 스탈린 카스트로(시카고 컵스), 브라이스 하퍼(워싱턴)을 유력 후보로 손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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