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정현(삼성)이 삼성 마운드의 조커로 확실히 자리잡았다. 차우찬의 선발 전향 이후 계투진의 전력 약화가 우려되기도 했지만 백정현이 짠물 피칭을 뽐내고 있다. 이만 하면 전천후 투수로서 손색이 없다. 백정현은 올 시즌 23차례 마운드에 올라 2홀드를 거뒀다. 평균 자책점은 3.48.
뛰어난 구위를 가졌지만 마운드에만 오르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했던 백정현은 올해 들어 자신감이 한층 좋아졌다. 지난해 주자가 있을때 피안타율이 2할8푼6리에 이르렀지만 올해 들어 1할3푼2리에 불과하다. 이젠 '새가슴'이라는 수식어를 지워도 될 것 같다.
류중일 감독은 "백정현은 흔히 말해 '더럽다'고 표현하는 좋은 구질을 갖고 있다. 좌완 투수로 오른손 타자의 무릎을 파고드는 공인데 과거에 송진우가 잘 던졌다. 긴 이닝도 소화 가능한 만큼 차우찬이 맡았던 조커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냈다.

백정현은 20일 "다들 좋아졌다고 말씀하시는데 나는 잘 하는건지 모르겠다. 요즘 내 성적을 확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백정현은 "예전에는 경기 결과에 대해 많이 신경을 썼었다.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일때면 계속 기억에 남았다. 이제는 다르다. 마운드에 오르면 한 타자 한 타자 최선을 다해 던지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면 다음 경기에 더 잘 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게 전부"라고 대답했다.
스스로 생각이 많은 편이라고 밝힌 백정현은 "예전 같으면 중요한 순간이 되면 잘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그 생각이 지나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때도 많았다. 이제는 그냥 던지려고 한다. 괜히 복잡해지면 좋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차우찬, 정인욱과 함께 5선발 경쟁을 펼쳤던 백정현은 "선발 때 다양한 구종을 던지며 자신감이 커졌다. 이제는 내가 가장 자신있는 공을 던질 수 있게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예전 같으면 팀이 이기기 위해 내가 잘 해야 한다고 여겼는데 이제는 나만 잘 하면 팀이 강해진다고 생각을 바꿨다. 무엇이든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그게 더 도움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정현은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16일 1군 엔트리에서 빠졌다. 그는 "처음에는 움직이지도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는데 통증이 확 올라왔다. 가만히 누워 있기만 할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이제는 많이 좋아졌다"고 현재 상태를 설명했다.
백정현은 구단 지정 병원에서 정밀 검진을 통해 단순 근육통 진단을 받았다. 현재 컨디션이라면 열흘을 채운 뒤 1군 무대에 복귀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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