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모 파울이 페어? 합의판정 맹점 드러났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5.06.21 05: 56

파울이 페어로 둔갑했다. 승부처에서 아쉬운 판정이 나왔지만 번복될 수 없었다. 합의판정 역시 만능 제도는 아니라는 게 확인됐다. 
한화는 지난 20일 마산 NC전에서 1-4로 패했다. 잔루 10개를 남긴 타선의 집중력 부재가 결정적인 패인이었지만 따라가는 흐름에서 나온 아쉬운 판정은 맥을 끊었다. 절호의 기회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로 기세가 꺾인 한화의 분위기는 더욱 깊게 가라앉았다. 
상황은 1-4로 뒤진 한화의 9회초 마지막 공격에 나왔다. 한화는 NC 마무리 임창민을 상대로 고동진과 한상훈이 연속 안타를 터뜨리며 무사 1·2루 득점 찬스를 잡았다. 이어 후속 정범모가 임창민의 초구를 건드렸고, 공이 배트 끝에 살짝 걸렸다. 

정범모의 타구는 홈플레이트 뒤 NC 포수 김태군의 미트를 맞고 앞으로 굴러갔다. 포수 미트에 타구가 맞으면 파울로 처리된다. 야구규칙 2.32 파울볼 조항 (d)항에 따르면 파울지역과 그 상공에서 심판원이나 선수의 신체, 그밖에 지면 이외의 물체에 닿은 것은 파울로 명시돼 있다. 
그러나 구심은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 탓인지 정범모의 타구가 미트를 맞은 것을 보지 못한 채 페어로 선언했다. 파울이라고 생각한 타자 정범모는 뒤늦게 1루로 달렸고, 2루 주자 고동진도 한 템포 늦게 3루로 가다 김태군의 송구에 포스 아웃됐다. 무사 1·2루 상황이 1사 1·2루가 된 것이다. 
그러자 한화 김성근 감독이 3루 덕아웃에서 나와 윤상원 심판에게 합의판정을 요구했다. 김 감독 어필을 받아들이는 듯 했으나 판정 번복은 이뤄질 수 없었다. 내야 지역에서의 파울과 페어 타구는 합의판정 대상이 아니기 때문. 결국 최초 판정대로 페어가 돼 포수 앞 땅볼로 처리됐다. 
KBO는 지난해 후반기부터 오심을 없애기 위해 심판 합의판정 제도를 도입했다. 홈런 타구에 대한 판정, 외야 타구의 페어·파울, 포스·태그플레이에서의 아웃·세이프, 야수(파울팁 포함)의 포구, 몸에 맞는 공 5가지로만 제한했다. 이외의 플레이에 대해선 합의판정 요청이 이뤄지지 않는다. 
정범모의 타구는 명백한 파울이었지만 합의판정 대상이 아니었고, 최초 판정을 번복할 수 없었다. 한화는 중요한 흐름에서 합의판정으로 상황을 바꾸길 기대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판정을 두 눈 뜨고 바라만 볼 수밖에 없었다. 9회초 한화는 결국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시즌 최다 4연패 늪에 빠졌다. 합의판정의 맹점이 드러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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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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