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33, 텍사스)가 다시 안타를 신고하지 못했다. 공교롭게 이번에도 왼손 투수였다. 상승세에 불이 붙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좌완의 벽을 넘는 것이 다시 한 번 숙제로 떠올랐다.
추신수는 21일(이하 한국시간) 미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US셀룰러필드에서 열린 시카고 화이트삭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리드오프 및 우익수로 출전했으나 4타수 무안타 2삼진에 그쳤다. 추신수의 타율은 종전 2할3푼8리에서 2할3푼4리까지 떨어졌다. 이 타율은 5월 27일 이후 가장 낮은 타율이다.
화이트삭스 원정에 들어갈 때까지만 해도 2할4푼1리의 타율을 기록 중인 추신수였다. 상승세가 한풀 꺾인 감은 있었으나 꾸준히 안타는 때려내는 모습이었다. 감은 이어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화이트삭스 원정에서 반등이 기대됐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러나 20일과 21일 연속 무안타에 그쳤다. 왼손에 벽에 막혔다.

20일에는 이해가 갔다. 이날 화이트삭스 선발인 크리스 세일은 8이닝 동안 탈삼진 퍼레이드를 펼치며 텍사스의 타선을 꽁꽁 묶었다. 추신수만 못 친 게 아니었다. 오히려 9회 역전의 발판이 된 귀중한 볼넷을 높게 평가할 수 있었다. 그러나 21일에도 카를로스 론돈에게 3타수 무안타에 그쳤고 8회 잭 듀크를 상대로도 힘없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두 선수는 모두 왼손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로돈이 화이트삭스가 자랑하는 유망주 투수이기는 하지만 세일급의 선수는 아니다. 그런 측면에서 3번 모두 좋은 타구를 날리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웠다. 이에 추신수의 올 시즌 왼손 투수 상대 타율은 1할4푼8리(88타수 13안타)까지 떨어졌다. 오르막의 고비에서 번번이 좌완을 만나 흐름이 꺾이는 모습이다. 추신수의 우완 상대 타율은 2할8푼2리로 나쁘지 않다는 점에서 더 아쉽다.
‘좌타자’ 추신수의 좌완 약세가 하루 이틀 일은 아니다. 추신수는 우완을 상대로 통산 2할9푼9리의 높은 타율을 기록 중이다. 출루율은 4할1리, OPS(출루율+장타율)는 0.904이다. 그러나 왼손을 만나서는 타율 2할3푼6리, OPS 0.665로 성적이 크게 떨어진다. 물론 좌타자가 좌완에 약한 것은 대부분의 선수들이 마찬가지다. 하지만 추신수의 경우 이 격차가 크고 올해는 성적이 더 떨어진다는 점이 아쉽다. 왼손을 상대로 한 추신수의 성적이 올 시즌 명운을 쥘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