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인 1실을 쓰는 선수들이 별로 없더라고”
대개 프로야구 선수들은 원정 경기나 전지훈련을 갈 때 2인 1실의 숙소를 배정받는다. 베테랑 선수들 정도만 1인 1실의 특혜를 누릴 수 있는 정도다. 삼성도 기본적인 원칙은 2인 1실이다. 그런데 최근 특혜를 받는 ‘베테랑’의 기준이 낮아졌다. 류중일 감독은 “32세 이상의 선수들은 1인 1실을 쓰도록 조치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정 숙소 배정을 보면 2인 1실을 쓰는 선수들이 별로 없더라”라고 말했다.
단순한 숙소 배정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여기에는 삼성의 현실과 고민이 묻어있다. 그만큼 1군 선수단 연령대가 예전에 비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의 주축 선수들은 대부분 30대다. 핵심으로 활약하는 선수 중 86년 이후 출생자들이 별로 없다. 통합 4연패를 이끌어 낸 류중일 감독의 근본적인 고민도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이제는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시즌을 치르면서 부상 선수는 나오기 마련이다. 계산과는 달리 기대에 못 미치는 선수들도 항상 생긴다. 그 때 그 빈자리를 메우는 새로운 선수가 잘 튀어 나오는 게 강팀이다. 지난 몇 년간 삼성이 그랬다. 주축 선수들이 부진할 때마다 그 공백을 메우는 선수들이 귀신같이 튀어나왔다. 전력이 유지될 수 있었던 원동력이고 타 팀에 비해 기복이 적었던 이유였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전례가 없었던 통합 4연패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위기는 찾아왔다. 박석민은 부상으로 1군에서 빠졌고 채태인도 무릎이 좋지 않다. 마운드에서는 안지만이 한 차례 부상과 부진을 겪었다. 장원삼은 부진 끝에 2군으로 내려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예상보다 팀이 더 휘청거렸다. 19일 인천 SK와의 경기 전까지 10경기에서 2승8패에 머물렀고 1위 자리를 내놓고 3위까지 내려가야 했다. 류 감독은 예전과의 차이에 대해 “그 때는 대체 선수들이 나왔는데 올해는 그렇지가 않다”고 진단했다.
물론 주전 선수들을 한 번에 대체하기는 쉽지 않다. 주전 선수의 부상을 틈타 단번에 주전과 스타로 자리 잡는 스토리가 있기는 하지만 열에 한 번 나올까 말까한 사례다. 그러나 확실히 예전과 비교하면 대체하는 선수들의 활약상이 튀지는 않는다. 박석민의 부상으로 빈 3루는 아직 대체자를 확정짓지도 못했다. 백상원은 공격에서, 김정혁은 수비에서 약간씩 부족함이 있다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장원삼의 대체자는 젊은 선발이 아닌 김건한이었다.
3루의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김태완이나 조동찬이 1군에 올라오는 것이지만 부상 중인 두 선수는 아직 전력화될 단계가 아니다. 그나마 이들도 30대 선수들이다. 결국 삼성이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롱런을 기틀을 놓기 위해서는 아랫물이 흘러야 한다는 결론이다. 지금껏 삼성이 위기 때 그랬듯 자극제가 되어 줄 선수들이 나와야 한다. 구자욱이 활력소가 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쉽다. 고인 물은 썩는다. 아랫물이 윗물과 섞여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한다. 삼성이 강자답게 이 난관을 극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