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승리를 위해 각오를 단단히 한 모습이었다. 말 그대로 이를 악물고 던졌다. 그러나 이런 윤희상(30, SK)의 투지에 팀 동료들은 응답하지 못했다. 외로웠던 윤희상은 결국 또 한 번 승리가뭄을 해갈하지 못했다.
윤희상은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6⅓이닝 동안 101개의 공을 던지며 8개의 안타를 맞았으나 7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등 위기관리능력을 과시한 끝에 3실점으로 막았다. 시즌 5번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그러나 동료들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승리요건이 날아갔다. 5월 7일 사직 롯데전 이후 승리가뭄이 이어졌다.
결과와는 별개로 잘 던진 경기였다. 나흘 휴식 후 등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공에는 힘이 있었다. 빠른 공 최고 구속은 148㎞까지 나왔다. 전매특허인 포크볼의 위력은 여전했다. 위기관리능력도 괜찮았다. 그러나 경기가 흘러갈수록 외로워지기 시작했다. 타자들은 점수를 내주지 못했고 실책과 실책성 플레이가 계속 나왔다. 점점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불펜도 윤희상을 도와주지는 못했다.

1회 실점은 2개의 연속 안타가 빌미가 됐다. 박한이와 박해민이 포크볼을 잘 공략해 안타를 날렸다. 그러나 무사 1루에서 박해민의 좌중간 타구는 좌익수 박재상이 중간에 막아줄 수도 있는 타구였다. 하지만 공은 뒤로 흘러 펜스 근처까지 굴러갔고 발 빠른 박한이가 홈까지, 박해민이 3루까지 나갔다. 윤희상은 나바로, 최형우, 이승엽을 출루 없이 처리하고 1회 추가실점을 막았지만 이는 예고탄이었다.
2회에는 선두 구자욱의 3루수 방면 타구 때 3루수 박계현이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주자가 나갔다. 그러나 1사 3루에서 이지영과 김상수를 잘 처리하며 실점을 막았다. 3회는 1사 후 박해민에게 2루수 옆 내야안타를 맞았으나 나바로를 병살타로 잡아내고 위기를 넘겼다.
그러나 4회에도 다시 아쉬운 수비가 나왔다. 최형우 이승엽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 세운 윤희상은 구자욱에게 다시 좌중간 3루타를 맞았다. 구자욱이 빠른 선수이기는 하지만 공의 궤적으로 봤을 때 3루타 코스는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박재상이 포구 위치를 잘 잡지 못하며 공이 펜스까지 굴러갔다. 결국 윤희상은 김정혁에게 유격수 키를 살짝 넘기는 적시타를 허용하고 실점했다.
4회까지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한 윤희상은 5회 선두 박한이와 박해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았으나 나바로를 다시 유격수 방면 병살타로 돌려세웠고 최형우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저력을 과시했다. 타선도 6회 이재원의 2타점 적시타로 윤희상을 지원했다. 그러나 1사 2루에서 추가점을 내지 못해 승리요건까지 만들어주지는 못했다.
결국 윤희상은 7회 선두타자 이지영에게 우전안타를 맞은 뒤 김상수의 희생번트로 만들어진 1사 2루에서 윤길현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이날 박한이 박해민에게 안타를 많이 맞았음을 고려한 벤치의 결단이었다. 그러나 윤길현이 박한이에게 곧바로 우중월 2점 홈런을 맞고 윤희상은 패전요건까지 떠안았다.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는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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