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와 기동력, 삼성-SK 희비 갈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21 20: 21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선두권을 지키고 있는 삼성, 그리고 그 어려운 고비를 쉽게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SK의 현 주소가 한 경기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단순히 잘 치고, 잘 던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수비와 기동력이 두 팀의 희비를 갈랐다.
삼성은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2-2로 맞선 7회 터진 박한이의 결승 투런과 선발 윤성환의 7이닝 2실점 호투에 힘입어 4-3으로 이겼다. 19일 경기에서 2-3으로 뒤진 8회 채태인의 역전 싹쓸이 적시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둔 삼성은 SK와의 주말 3연전 중 2경기를 모두 잡으며 반등의 계기를 마련했다.
전체적인 경기 내용에서 아주 큰 차이가 났다고는 보기 어려웠다. 양팀 선발투수(윤희상 윤성환)는 모두 자신의 몫을 했다. 삼성이 좀 더 많은 기회를 잡고도 이를 놓치기는 했지만 윤희상의 공은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결국 빡빡한 승부로 갈 수밖에 없었다. 결과적으로 승패를 가른 것은 박한이의 대포 한 방이었지만 그 전에 삼성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세밀한 플레이에서의 우위였다. 삼성은 잘 뛰고 잘 잡았지만 SK는 뛰지도, 잘 잡지도 못했다.

1회부터 삼성의 빠른 발이 시동을 걸었다. SK의 보이지 않는 실책성 플레이까지 등에 업고 안타 2개로 선취점을 만들었다. 선두 박한이가 우전안타로 출루했고 박해민이 좌중간 안타를 날렸다. 그러나 SK 좌익수 박재상이 이를 조기에 끊지 못해 3루타가 됐다. 타구를 보고 홈을 염두에 둔 박한이는 질풍 같은 스피드로 단번에 홈까지 파고들었다. 박해민은 3루까지 갔다. 삼성의 기동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반면 SK는 수비를 잘 한다는 외야수 박재상의 수비가 아쉬웠다.
4회 추가점 상황에서 삼성의 기동력은 큰 무기가 됐다. 이번에는 구자욱이었다. 2사 후 구자욱이 역시 좌중간으로 날카롭게 날아가는 2루타성 코스 타구를 날렸다. 여기서 박재상이 다시 공을 중간에 끊지 못해 타구가 오히려 펜스까지 굴러갔다. 구자욱은 3루까지 들어갔다. 과감한 베이스러닝이었다. 결국 삼성은 김정혁이 유격수 키를 살짝 넘기는 적시타를 신고하며 점수차를 벌렸다. SK로서는 다시 아쉬운 이닝이 됐다.
반면 SK의 득점 기회는 제한적이었다. 기본적으로 많이 못 나간 것도 있지만 주루와 작전이 잘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0-2로 뒤진 5회가 그랬다. 선두 박정권이 내야안타로 출루하며 추격의 기회를 잡았다. 유격수 김상수가 엄청난 다이빙캐치를 선보였으나 공이 마지막 순간 글러브에서 빠졌다. 이어 SK가 박재상에게 지시한 것은 희생번트. 일단 1점을 따라가 삼성을 압박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박재상은 두 차례의 번트 시도에서 실패했다. 결국 강공으로 전환해 좌중간 방향으로 큰 타구를 날렸으나 이번에는 삼성의 호수비가 나왔다. 중견수 박해민이 빠른 속도로 공을 쫓아 마지막 순간 몸을 날렸고 공은 글러브 속으로 들어갔다. 3루까지 염두에 두고 있던 1루 주자 박정권이 허겁지겁 1루로 돌아와야 했을 정도였다. SK는 6회 이재원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이어진 1사 2루에서 별다른 소득 없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삼성은 7회 이지영이 우전안타로 출루하자 김상수에게 희생번트를 지시했다. SK가 실패한 것에 비해 김상수는 차분하게 이지영을 2루까지 보냈고 결국 박한이의 2점 홈런의 발판이 됐다. 여기에 7회 2사 상황에서는 조동화의 우익수 옆 안타 타구를 1루수 구자욱이 몸을 던져 잡아내는 호수비도 있었다. 삼성은 8회 선두 구자욱이 안타로 출루하자 김재현이 다시 희생번트를 안전하게 성공시키는 등 착실하게 작전을 성공시켰다. 두 팀은 작은 것부터 차이가 났고 그 차이는 연승과 연패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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