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29, 두산 베어스)에 대한 검증은 끝났다. 이제는 명실상부 정상급 투수가 됐다 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
유희관은 지난 2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8이닝 동안 볼넷 없이 2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해 10승(2패)째를 거뒀다. 평균자책점을 2.85로 내린 유희관은 팀 내 최초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따낸 좌완투수가 됐다. 다승 부문에서도 다시 알프레도 피가로(삼성)와 공동선두로 올라섰다.
일반적으로 많은 지도자나 해설위원들은 선발투수가 리그 내에서 A급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세 시즌 동안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검증에 있어 가장 간편하게 제시되는 기준은 바로 10승이다. 유희관은 대중과 전문가들의 시선이라는 바늘구멍을 통과한 A급 투수가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라는 기록은 구단 역사로 봐도 꽤나 가치가 있는 기록이다. OB와 두산의 역사에서 유희관 이전에 3년 이상의 기간 동안 매년 10승 이상을 해낸 것은 김상진(1991~1995), 맷 랜들(2005~2007), 김선우(2009~2011), 더스틴 니퍼트(2011~2014)가 전부였다. 다음 도전 과제는 구단 최장기록인 김상진의 5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와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이를 넘는 것이다.
제구력을 동반한 영리한 피칭이 주 무기라는 점에서 유희관의 롱런 가능성은 비교적 높은 편이다. 강속구 투수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구속이 감소하며 타자들에게 공략되기 시작한다. 그러나 유희관 같은 유형은 그런 문제에 있어서는 조금 자유로울 수 있다.
10승을 따낸 직후 유희관은 “책임감과 자부심이 생긴다. 주변의 기대치가 더 높아질 것 같아 걱정도 되지만 지나치게 의식하면 악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하며 평점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도 똑같은 방식으로 준비하며 던지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해가 갈수록 진화하고 있어 당장은 걱정이 없다. 2013년에 돌풍을 일으킨 뒤 지난해에는 5월부터 2년차 징크스가 찾아와 잠시 주춤하기도 했지만 시즌이 끝날 때까지 선발 로테이션에서 이탈하지 않고 177⅓이닝으로 토종 최다이닝 투수가 됐다. 올해는 약점으로 지적됐던 좌타자와의 승부도 개선됐다. 1년 전 3할3푼7리였던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이번 시즌에는 2할6푼1리로 크게 낮아졌다.
프로 초창기 박철순, 90년대 김상진이 OB를 넘어 리그 전체를 주름잡는 에이스였다면 2010년대에 접어들어 두산이 내세울 수 있는 선수로는 니퍼트와 유희관이 있다. 아직 니퍼트의 아성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니퍼트보다 다섯 살이나 어린 유희관은 더 오래 던질 수 있는 투수다. 김상진의 기록까지 뛰어넘는다면 훗날 두산은 2010년대를 유희관의 시대로 기억하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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