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내야수 박병호가 4번타자로서의 존재감을 다시 한 번 유감 없이 뽐냈다.
박병호는 지난 21일 목동 LG전에서 팀이 2-3으로 뒤진 8회말 1사 후 정찬헌을 상대로 우월 솔로포를 날리며 극적으로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넥센은 9회말 끝내기 스퀴즈로 4-3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고 LG를 제압했다.
박병호는 정찬헌의 낮게 제구된 바깥쪽 공을 밀어쳐 우익수 뒤 담장을 넘기며, 한 방으로 경기를 뒤바꿀 수 있는 거포 중심타자의 매력을 마음껏 발산했다. 박병호의 홈런 한 방에 양쪽 벤치의 이후 경기 운영은 180도 달라져야 했다.

이날 홈런으로 박병호는 시즌 22홈런을 기록하며 나바로(삼성), 테임즈(NC)와 함께 홈런 공동 2위로 치고 올랐다. 박병호는 이번 주에만 홈런을 3개 쳤는데 18일 목동 롯데전에서 선제 투런과 쐐기 투런, 그리고 이날 동점포 등 모두 영양가 만점의 홈런이었다.
경기 후 염경엽 넥센 감독은 박병호에 대한 질문에 "그래서 박병호가 홈런왕이다. 홈런 타자는 바깥쪽 공을 쳐 홈런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바깥쪽 승부에서 칠 수 있어야 50홈런이 나온다"며 박병호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염 감독은 "어려운 경기에 박병호의 홈런으로 균형을 맞췄다"며 그를 수훈선수로 꼽았다.
박병호는 최근 10경기에서 5홈런을 터뜨리며 시즌이 진행될 수록 상승세로 올라서고 있다. 그는 3~4월 25경기에서 6홈런, 5월 27경기에서 9홈런을 쳤고 6월에는 벌써 17경기에서 7홈런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는 홈 36경기 10홈런, 원정 33경기 12홈런으로 원정 홈런이 더 많은 것이'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 페이스를 이끌고 있다.
경기 후 박병호는 "홈런 페이스는 지난해가 너무 빨랐던 것이다. 지금 느리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올 시즌 자신의 홈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한 점차에서 역할을 다해 기쁘다. 앞으로도 홈런 개수, 순위 싸움보다는 팀 승리만 생각하겠다"고 4번타자다운 각오를 다졌다.
시즌 초반 "홈런왕은 남의 이야기"라며 스스로도 고개를 저었던 박병호지만 리그 경쟁에서 그의 존재감은 조용하게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염 감독의 말대로 어느 코스의 공이든 홈런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박병호기에 앞으로의 홈런 페이스도 문제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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