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고민, ‘OPS 0.913' 구자욱 활용법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22 06: 00

6월 이후 집단 부진에 빠지며 선두 자리를 내줬던 삼성이 가까스로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이다. 그 중심에는 다시 선발 라인업에 돌아온 ‘젊은 사자’ 구자욱(22, 삼성)이 있었다. 분명 벤치에서 썩히기는 아까운 인재. 그러나 확고한 주전은 아닌 선수. 이런 애매한 상황에서 삼성이 구자욱을 어떻게 활용할지도 앞으로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최근 연패와 열세 3연전을 반복하며 분위기가 처져 있었던 삼성은 19일과 2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모두 이기고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다. 19일에는 2-3으로 끌려가다 8회 채태인의 역전 싹쓸이 3타점 적시타에 힘입어 역전승했고 21일에는 2-2로 맞선 7회 터진 박한이의 결승 투런포에 힘입어 다시 한 번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결승타의 주인공만 보면 채태인 박한이 등 역전의 베테랑들이 펄펄 날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이들이 승부의 물줄기를 바꿔놓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그러나 활기 넘치는 움직임으로 파이팅을 불어 넣은 젊은 선수들의 공헌도도 무시하기 어렵다. 그 중심에는 구자욱이 있었다. 최근 좀처럼 풀리지 않았던 삼성 공격의 활로를 개척하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은 채태인을 대신해 선발 출장한 구자욱은 19일 경기에서 2루타 2방으로 멀티히트 경기를 펼친 것에 이어 21일에도 3루타 하나를 포함해 2안타를 기록했다. 18일 대구 두산전까지 포함하면 3경기 연속 멀티히트. 21일에는 7회 조동화의 우전안타 타구를 그림 같은 다이빙캐치로 잡아내며 수비에서도 제 몫을 했다. 공격과 수비, 그리고 기동력까지 만점 활약을 선보인 셈이다.
프로데뷔 이후 1군 무대는 올 시즌이 처음인 구자욱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일찌감치 삼성의 최고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이 전략적으로 공을 들이며 베테랑 선수 못지않은 관심을 부르기도 했다. 지금까지 성적은 기대 이상이다. 21일까지 63경기에서 타율 3할7리, 8홈런, 28타점, 9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출루율과 장타율의 합인 OPS는 0.913으로 높다. 이 수치는 리그 전체 14위이며 삼성에서는 간판 4번 최형우(0.968)에 이은 2위다. 물론 규정타석을 채운 수치다.
구자욱은 내야와 외야 수비가 모두 가능한 자원이다. 1루는 물론 외야수도 소화할 수 있다. 그러나 주축 선수들이 건재하다는 점이 오히려 고민이다. 구자욱이 치고 들어갈 만한 자리가 마땅치 않다. 시즌 초반 주로 1루수로 꾸준히 선발 출장했던 구자욱은 주전 1루수 채태인이 부상에서 복귀한 뒤 백업으로 밀렸다. 외야에는 최형우 박해민 박한이라는 기존의 주전 선수들이 버티고 있었다. 5월 26일부터 6월 17일까지 구자욱이 선발 출장한 경기는 딱 3경기뿐이었다.
분명 뛰어난 타격 재능을 가지고 있는 구자욱이 벤치에 앉아 있음으로써 삼성이 가진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구자욱이 최근 맹활약을 펼침에 따라 이런 고민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수비력을 중시하는 류중일 감독은 일단 1루에 채태인, 중견수에 박해민이 들어가는 것을 가장 이상적인 라인업으로 생각할 만하고 또 그래왔다. 그러나 최근 공격이 침체에 빠져 있는 상황에서 구자욱 카드를 다용도로 만지작거릴 만하다.
자연스럽게 정리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채태인은 무릎 수술 이후 상태가 들쭉날쭉하다. 류중일 감독은 “수술이 잘못 됐나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금은 통증을 이겨내야 하는 시기라고 하더라”라면서도 “그래도 1주일에 한 경기 정도는 쉬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구자욱이 채태인을 대체할 수 있다. 여기에 박해민의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는 외야수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이승엽 최형우 박한이도 베테랑들이다. 여름에는 체력 안배가 필요하다. 구자욱이 여러 포지션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 돌아가면서 활용한다면 출전 시간은 결코 적지 않을 수 도 있다는 전망이다. 어쨌든 삼성으로서는 구자욱이라는 최고의 재능을 적시적소에 활용하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행복한 고민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은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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