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농구가 아시아 제패의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이 오는 9월 23일 중국 후난성에서 개최된다. 주최국 중국과 챔피언 이란이 강세인 가운데 필리핀이 30년 만의 우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NBA출신 안드레이 블라치(29, 신장 플라잉 타이거스)가 합류하는 필리핀은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필리핀은 2013년 마닐라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 준결승에서 한국을 86-79로 꺾었다. 한국은 김민구가 27점을 올렸지만 필리핀을 꺾지 못했다. 기세가 오른 필리핀은 결승에서 이란을 만나 71-85로 패했다. 하메드 하다디에게 29점, 16리바운드를 허용했다.

블라치의 가세로 필리핀은 완전히 달라졌다. NBA급 센터가 중심을 잡아주면서 개인기 좋은 가드와 포워드들이 빛을 발하고 있다. 블라치는 2014 스페인 농구월드컵에 출전해 평균 21.2점, 13.8리바운드, 1.6스틸의 가공할 위력을 선보였다. 필리핀은 세네갈을 81-79로 잡고 40년 만에 농구월드컵 사상 첫 승을 신고했다. 블라치가 가세한 필리핀은 세계적 강호들과 대등하게 싸울 정도로 전력이 급상승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서 필리핀은 한국에게 95-97로 졌다. 한 때 16점을 앞섰던 필리핀은 문태종에게 38점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선수신분을 두고 논란이 많았던 블라치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규정을 충족하지 못해 출전하지 못했다.
작년과 비교해 한국의 전력은 떨어졌다. 문태종을 대신해 뛸 마땅한 귀화선수가 없다. 지난 2년 동안 지휘봉을 잡았던 유재학 감독도 대표팀을 고사했다. 대회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아직 수장도 없는 상태. 선수들은 한 달 당겨진 프로시즌에 대비하느라 대표팀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
반면 필리핀은 진지하게 아시아 제패를 노리고 있다. 필리핀은 지난해 12월 미국인 탭 볼드윈(57) 감독과 4년 계약을 맺었다. 그는 뉴질랜드-호주-레바논-요르단 대표팀을 거치며 아시아 농구에 정통한 인물이다. 볼드윈은 이미 필리핀프로리그(PBA) 선수들로 구성된 대표팀 1진과 상비군까지 운영하며 아시아선수권에 대비하고 있다.
볼드윈 감독은 지난 17일 필리핀 언론 'ABS-CBN'과 인터뷰에서 “이미 대표팀 리스트를 만들었다. PBA가 곧 발표를 할 것이다. 대표선수가 발표되면 PBA 구단주들과 만나 아시아선수권 준비에 차질이 없도록 의논을 나눌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팀과 프로팀이 유기적으로 뭉쳐 아시아선수권 우승에 만전을 기하고 있는 것. 한국과는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농구가 국기인 필리핀 팬들도 새 감독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볼드윈은 “필리핀 팬들은 세계 최고 농구팬들이다. 그들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나도 일부분이 되고 싶다”면서 아시아선수권 우승을 자신했다.
필리핀은 1985년 쿠알라룸푸르 아시아선수권 우승 후 30년 만에 아시아 제패를 노리고 있다. 아시아선수권 우승팀은 2016 리우 올림픽에 직행할 수 있다. 2,3위 팀은 유럽, 남미 팀과 함께 최종예선에 진출한다. 사실상 아시아팀이 올림픽에 가려면 무조건 아시아선수권에서 우승하는 수밖에 없다. 한국 남자농구는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이 마지막 출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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