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곧 기록입니다. 숫자만으로도 녹색 다이아몬드가 머릿속에 펼쳐질 수 있다는 사실은 야구만이 갖는 매력이 아닐까요. 그라운드의 숨은 기록을 새롭게 밝혀내 독자 여러분께 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
KBO리그 각 팀은 22일까지 64~69경기를 치러 전체 일정의 절반 가까이 소화했다. 그러면서 각 팀의 특징과 그에 따른 성적 편차가 점차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마약처럼 중독성 있는 야구를 하며 ‘마리한화’라는 별명까지 얻은 한화는 올해 10개 팀들 가운데 가장 예측 불가능한 경기를 펼치고 있다. 35승 34패로 6위인 한화는 역전승이 22승으로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2위인 두산, 넥센, LG가 17승인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반면 역전패도 16차례로 kt(21패)에 이은 2위다. 한화의 경기에서는 유독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이 많다.

역전승이 1위긴 하지만, 한화는 대체로 경기가 후반에 접어들기 전에 뒤집는 유형이다. 5회까지 뒤졌을 때는 두산과 LG와 같이 8승으로 승수가 공동 선두다. 그러나 7회까지 뒤진 경기에서는 3승밖에 없고, 승률 1할3리(3승 26패)로 6위다.
한화 외에 경기 종료 직전까지 알 수 없는 경기를 하는 팀으로는 두산이 있다. 역전승 17회로 2위인 두산은 5회까지 리드당한 경기에서 승률 3할4푼8리(8승 15패)로 1위다. 7회까지 지고 있을 때의 승률도 2할2푼7리(5승 17패)로 1위다. 포기하지 않는 경기를 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다.
두산은 불펜이 약하다. 불펜 평균자책점이 5.75로 이 부문 최하위인 kt(5.76)와 거의 다를 바 없는 9위다. 그럼에도 역전패가 14패(6위)로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리그 평균 수준이다. 치른 경기 수가 다른 팀보다 적은 편인 것도 있지만, 타선이 마지막까지 점수를 뽑아준 것이 역전패를 줄이는 동시에 후반 역전승을 만들며 37승 27패라는 좋은 성적의 비결이 되고 있다.
반대로 마무리 불안으로 인한 7회 이후 역전패는 눈에 띈다. 7회까지 앞선 경기에서 두산은 승률 8할1푼6리(31승 7패)로 최하위다. 똑같이 뒷문이 불안했던 롯데와 LG도 7회 이후 역전패가 많다. 7회까지 이기고 있어도 롯데는 승률 8할6푼7리(26승 4패)로 8위, LG는 8할5푼7리(18승 3패)로 9위다. 이 순위가 팀 순위와도 같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하다.
선두 NC와 격차가 2경기에 불과한 넥센은 방망이의 힘으로 역전승을 만든다. 팀 타율 2할9푼4리로 1위인 넥센은 역전승 17회로 2위다. KIA는 5회 후 역전승과 역전패 모두 6위고, 7회가 끝난 뒤에도 역전승과 역전패가 똑같이 4위다. 가장 평균에 가까운 모습인 KIA는 33승 32패를 거둬 순위표에서도 중간층인 5위에 자리하고 있다.
막판이 될수록 가장 탄탄한 팀은 역시 선두 NC와 2위 삼성이다. NC는 5회까지 앞섰을 때 승률 9할6푼8리(30승 1패)로 1위다. 7회에 리드 하고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때는 35승 무패다. 삼성은 5회와 7회까지 앞서고 있으면 각각 승률 8할8푼6리(31승 4패), 9할4푼1리(32승 2패)로 2위다. NC와 삼성이 1, 2위에 있는 것은 이유가 있다.
균형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 그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야구를 하는 팀도 있다. 32승 1무 32패로 7위인 SK다. 타선의 힘이 강하지 않아 10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역전승이 한 자릿수(9승)에 머물고 있다. 반대로 정우람, 문광은이 지키는 불펜은 매우 탄탄해 쉽게 역전을 허용하지도 않는다. 불펜 평균자책점 3.61로 삼성을 제치고 1위인 SK는 역전패도 11차례밖에 없다. NC(10패) 다음으로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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