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호(30, 두산 베어스)가 ‘수비형 유격수’라는 평가를 벗어던지고 있다. 지금은 두산을 만나는 모든 팀이 경계하는 ‘공포의 9번타자’다.
김재호는 현재까지 61경기에서 타율 3할3푼, 1홈런 30타점으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특히 출루율이 4할3리로 높다. 타율은 리그 전체 8위, 출루율은 14위로 유격수라는 포지션, 그리고 9번이라는 타순과 어울리지 않는 뛰어난 공격력을 과시하는 중이다.
상대는 김재호에게 맞으면 위험에 빠진다. 출루시킨 뒤 민병헌-정수빈-김현수로 이어지는 상위타선이 기다리기 때문이다. 지난해 50득점으로 개인 한 시즌 최다득점을 올렸던 김재호는 이미 30득점으로 이를 넘어설 페이스다. 뒤에 있는 타자들의 덕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자주 출루하는 것이 큰 요인이다. 정평이 나 있던 수비능력 못지않게 올해는 방망이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체력 유지가 관건이다. 김재호는 지난해 5월 타율이 3할9푼2리로 좋았으나 6월 1할6푼3리, 7월 1할4푼7리로 부진하며 2할5푼2리의 타율로 시즌을 마감했다. 김재호는 “지난해에는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지 못해 순간적으로 체력이 크게 떨어졌다”고 돌아봤다.
하지만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희망이 있다. 스프링캠프 이전부터 벌크업을 시도하는 동시에 개인 훈련도 착실히 소화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재호는 보양식을 빼놓지 않고 챙겨먹으며 운동으로 몸을 가꿨다. “타구 질이 바뀐 것 같다. 예전에는 짧게 떨어졌는데 지금은 펜스까지 굴러가는 타구가 늘어났다”는 것이 김재호의 설명. 이번 시즌에는 플라이 아웃이 되는 타구도 과거보다 멀리 날아가는 것이 눈에 띈다.
기록에서도 달라진 점이 보인다. 홈런은 큰 차이가 없지만 2루타를 보면 알 수 있다. 지난 시즌에는 341타수 동안 2루타가 14개였다. 올해는 188타수에서 2루타 13개로 크게 향상된 2루타 생산력이 나타나고 있다. 2014 시즌 1개였던 3루타는 벌써 2개다.

힘도 힘이지만, 또 하나 좋아진 것은 연구를 통한 기술적인 부분이다. 김재호는 “예전에는 수비에 있어서 응용 플레이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타격에서 여러 가지로 응용하는 점이 달라진 부분이다. 투수 유형이나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타격 폼에도 조금씩 변화를 준다”고 밝혔다. 히팅 포인트 역시 앞뒤로 바꿔가며 타이밍을 맞춘다.
이것이 3할3푼에 달하는 타율의 비결이 되고 있다. 상황의 맞게 변화를 추구하면서 슬럼프를 모르는 시즌을 보내는 김재호다. 그는 “지난해에는 연속으로 안타가 없는 경기도 많았는데 올해는 하루 못 치면 다음에 하나 정도는 안타가 나오는 것 같다. 멀티히트 경기도 많아졌다”고 말했다.
15도루로 빠른 발을 자랑하는 김상수(삼성), 13홈런의 김하성(넥센) 등 경쟁자들이 있지만 김재호도 팀 공헌도를 앞세워 생애 첫 골든글러브에 도전할 수 있다. 김재호도 “사실 올스타에는 크게 욕심이 없지만 골든글러브는 받아보고 싶다”고 솔직한 마음을 드러냈다. 최고 유격수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지금 같은 타격 페이스에 팀 성적까지 뒷받침된다면 김재호의 바람도 꿈에 그치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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