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점왕 레이스가 흥미롭게 흘러가고 있다. NC 이호준(39)이 지켜온 부동의 1위 자리를 팀 동료 에릭 테임즈(29)가 뺏어간 것이다. 공룡 집안의 타점 싸움이 본격화됐다.
테임즈는 지난 21일 마산 한화전에서 스리런 홈런 포함 4타점을 몰아치며 올 시즌 KBO리그에서 가장 먼저 70타점을 돌파했다. 시즌 71타점으로 69타점의 이호준을 제치고 이 부문 단독 1위로 뛰어올랐다. 장타율(.759) 1위의 테임즈가 타점에서도 1위 자리를 접수한 것이다.
반면 이호준은 지난달 9일부터 43일 동안 지켜온 타점 1위의 자리에서 내려왔다. 압도적인 타점 능력으로 이 부문 부동의 1위였지만 300홈런을 앞두고 아홉수에 걸리며 페이스가 잠시 주춤한 사이 테임즈가 무섭게 치고 올라오면서 마침내 역전을 이뤘다.

하지만 여전히 둘 사이에는 2타점밖에 차이가 나지 않아 이제부터 테임즈와 이호준의 본격적인 타점왕 집안싸움이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위 박병호(넥센)가 59타점으로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테임즈와 이호준의 2파전 경쟁이 유력하다.
테임즈와 이호준은 NC의 4~5번 타순을 맡고 있다. 같은 팀에서 타점왕 경쟁을 한 사례는 심심찮게 있었다. 1986년에는 해태에서 김봉연(67타점) 한대화(66타점)가 1타점차로 1~2위가 갈렸고, 1993년 삼성 역시 김성래(91타점)가 팀 동료 양준혁(90타점)을 1타점차로 이겼다.
1997년은 삼성 이승엽(114타점)과 양준혁(98타점)이 같은 팀에서 타점 1~2위를 차지했으며 2010년에도 롯데 이대호(133타점)과 홍성흔(116타점)이 압도적인 타점 1~2위로 레이스를 주도했다. 테임즈와 이호준이 지금 페이스를 이어가면 역대 5번째로 같은 팀에서 타점 1~2위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경쟁자이면서 동반자이기도 하다. 테임즈는 "이호준이 뒤에서 타점을 많이 올려주고 있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고마워한다. 이호준 역시 1~3번 박민우-김종호-나성범에 4번 테임즈까지, 앞에서 찬스를 만들어주는 것을 더없이 즐긴다. 특히 테임즈는 베이스러닝도 뛰어나 이호준의 타점에도 큰 힘이다.
이호준은 "지금 당장은 타점왕에 대한 생각을 안 한다. 그런 생각을 할수록 더 안 되더라. 시즌 마지막 한 경기를 남겨 놓고 경쟁하겠다"며 "테임즈를 비롯해 우리팀 선수들이 다 함께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이 정도 타점을 올릴 수 있다. 누가 되든 우리팀에서 나오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호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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