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최근 5연패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타선 침묵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상대의 발을 제대로 묶지 못한 수비의 영향도 컸다. 한화 투수들은 상대 타자와 승부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었다.
한화는 지난 주말 NC와 마산 3연전에서 총 9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5연패의 시작이었던 지난 17일 SK와 대전 홈경기부터 최근 5경기에서 도루 11개를 내줬다. 도루 저지는 한 번밖에 되지 않았다. 도루 저지는 주자를 묶어두는 투수들의 견제 능력도 감안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포수들의 도루 저지 능력이 현격하게 떨어졌다. 5연패 기간 동안 한화 투수들은 주자 없을 때 피안타율(.237)보다 1루에 있을 때 피안타율(.421)이 월등히 높았다.
문제는 5연패 기간에만 그런 게 아니라는 점이다. 시즌 전체로 봐도 한화의 도루 저지율은 2할5푼4리로 10개 구단 중에서 가장 낮다. 91개의 도루를 내주는 동안 저지가 31번에 불과하다. 도루를 90개 이상 허용한 팀도 한화가 유일하다. 최소 38도루만 내준 삼성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삼성은 도루 저지율도 4할1푼5리로 가장 높다.

현재 한화 1군에 있는 포수는 정범모와 허도환. 정범모가 가장 많은 31개의 도루를 내주며 저지는 6번에 머물렀다. 도루 저지율 1할6푼2리. 넥센에서 트레이드로 합류한 허도환도 6번의 도루 저지 동안 25개의 베이스를 내줬다. 그 역시 정범모보다 조금 더 나은 1할9푼4리의 도루 저지율을 기록 중이다.
불혹의 노장 포수 조인성이 14명의 주자를 잡아내며 저지율 2할9푼8리를 기록하고 있지만 도루 허용 자체는 33번으로 많다. 조인성의 강한 어깨와 송구 정확도는 살아있지만, 상대팀 주자들이 도루 생각도 못하게 한 전성기 수준은 아니다. 2년차 신예 지성준도 2번의 도루 허용 동안 저지가 없다.
전통적으로 한화는 도루 저지가 약해 발 빠른 팀에 약점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도루 저지율 1위에 오르며 몰라보게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110개의 도루를 허용한 동안 저지 59개로 3할4푼9리의 저지율을 기록했다. 특히 정범모는 80경기 이상 소화한 포수 중에서 가장 높은 도루저지율(.333)을 자랑했다. 35경기를 뛴 신인 김민수도 3할대(.349) 높은 저지율을 보였다.
그러나 김민수는 시즌 뒤 군입대를 결정했고, 삼성에 FA 보상선수로 팀을 떠났다. 주전 포수로 기대를 모은 정범모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저지율이 폭락했다. 원래 정범모는 통산 도루 저지율이 2할2푼4리로 낮은 편이지만 지난해 송구 동작을 사이드로 던지는 나름의 고육책으로 저지율을 높였다.
하지만 정범모는 올해 다시 송구 동작을 오버핸드로 바꿨고, 이에 적응하지 못한 탓인지 저지율마저 원래대로 돌아갔다. 안정된 블로킹과 뛰어난 투수리드를 하는 허도환도 어깨가 약하다는 약점을 안고 있다. 조인성도 부상으로 시즌 초반과 지금 엔트리에 빠져있다. 당분간 한화를 상대하는 팀들은 도루 저지 약점을 아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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