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불펜 필승조를 총동원한 끝에 힘겹게 5연패를 끊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이례적으로 한 경기에 두 번이나 마운드를 방문했다. 그만큼 승리가 간절한 경기였다.
한화는 2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넥센과 홈경기를 3-1로 이겼다. 지난 17일 대전 SK전부터 시작된 팀 최다 5연패 사슬을 끊었다. 선발 쉐인 유먼의 6⅓이닝 1실점 호투와 4회 김태균의 선제 결승 스리런 홈런이 승리를 합작했다.
그러나 리드를 지키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한화는 7회초 1사 2루에서 선발 유먼을 내렸다. 투구수가 72개에 불과했지만 앞선 타자들에게 펜스 앞까지 향하는 큼지막한 타구를 연이어 내주며 한 템포 빠르게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김성근 감독의 첫 카드는 박정진이었다.

하지만 박정진은 첫 타자 김민성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허용하며 이어진 1사 1·2루에서 홍성갑에게 좌전 적시타를 맞고 유먼의 책임주자를 실점으로 연결시켰다. 이날 경기의 첫 실점. 그러자 김성근 감독은 다시 박정진을 내리고 권혁을 마운드에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권혁은 박동원을 풀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내보내 1사 만루 위기를 초래했다. 하지만 김지수를 짧은 중견수 뜬공 아웃으로 끊었다. 넥센이 대타 서건창 카드를 꺼내자 김성근 감독이 직접 마운드를 방문했다. 권혁의 뺨을 어루만지며 주문사항을 전했다. 이날 경기의 승부처로 봤다.
볼카운트 2B2S. 한창 타자 서건창과 승부에 집중하던 권혁은 기습적으로 발을 풀고 한 바퀴 돌아 2루에 송구했다. 한화 2루수 정근우도 재빨리 베이스를 커버했고, 리드 폭을 크게 잡았던 2루 주자 홍성갑은 그대로 런다운에 걸렸다. 발 빠른 정근우가 전력으로 쫓아 홍성갑을 태그 아웃시키며 이닝을 끝냈다.
권혁은 8회 고종욱을 루킹 삼진 잡는 등 삼자범퇴로 간단하게 막아냈고, 9회에도 선두 박병호를 2루 직선타로 요리했다. 2이닝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4번째 홀드. 이어 마무리 윤규진이 등장했지만 유한준에게 시작부터 3개의 볼을 더진 끝에 우전 안타를 맞았다. 김민성에게도 초구에 볼을 던지자 김성근 감독이 움직였다.
김 감독은 1루 덕아웃에서 천천히 마운드에 올라 투수 윤규진을 중심으로 내야수들을 불러모았다. 간단히 무언가를 말한 뒤 덕아웃으로 돌아섰다. 흔들리던 윤규진은 언제 그랬냐는 듯 김민성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한숨 돌렸고, 마지막 아웃카운트까지 잡아내며 3-1 한화의 승리를 지켰다.
한화는 호투하던 선발 유먼을 일찍 내리는 결단을 내렸다. 이날 경기 전 김성근 감독은 "5연패 기간 동안 벤치의 판단 미스가 많았다"고 자책했다. 평소보다 한 박자 더 빠른 공격적인 투수 운용을 펼쳤다. 불펜 필승조 박정진-권혁-윤규진 총동원하며 마운드를 두 번이나 방문한 끝에 지긋지긋한 5연패를 끊었다. 절박함의 승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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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