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의 주인공은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입니다. 조연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코칭스태프, 혹은 프런트라고 답을 내놓는 사람들이 많겠죠. 그들이 조연인 건 맞지만, 우리가 다시 돌아봐야 할 사람들은 화려한 무대 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자기 일에 매진하는 이들이 아닐까요. 매주 1회 잘 모르고 지나쳤던 그들의 이야기를 OSEN이 전해 드립니다. (편집자주)
넥센 히어로즈에는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팀의 144경기를 모두 생중계하는 방송이 있다.
아프리카TV를 통해 방송되는 '히어로즈 TV'는 올해부터 시즌 전 경기를 생중계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홈경기와 원정경기를 가리지 않고 목동구장 방송 부스를 지키고 있는 남자, 마케팅팀 박성문 사원이 마이크를 들고 매일 같이 열혈 방송 중이다.

2009년 마케팅팀에 입사한 박 사원은 올 시즌부터 144경기를 중계하게 됐다. 사실 마이크를 잡은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입사 때부터 히어로즈 방송이 시작되면서 담당자를 맡았는데 방송을 맡고 있던 캐스터가 2010년 중도에 일을 그만두면서 임시 방편으로 박 사원이 '대리 방송'을 했다. 그는 2011년 홈경기도 모두 중계했으나 마케팅팀 자체가 다른 일이 많아지면서 방송이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그러나 올해 다시 구단에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가 바로 이 '히어로즈 TV'다. 지금까지 했던 것과 다르게 원정경기도 중계하는 것이 특징. 박 사원은 "구단에서 중계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구단 소속인 사람이 방송을 하는 이유도, 이 방송의 목적이 팬들에게 구단의 정보를 더 알려드리고 팬들이 모일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구단 직원이 더 정확한 이야기를 전해드릴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박 사원은 방송을 할 때 "저를 내려놓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가 전문 캐스터는 아니다 보니까 중간을 찾아서 가려고 한다. 전문가도 아닌데 전문적으로 하려고 하면 주제넘어 보일 것 같아서 재미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초반에는 3~4시간 밖에 못자고 자료 준비를 꼼꼼히 했다. 자료가 없으면 말문이 막혀버릴 때가 있어 정말 열심히 했는데 지금은 준비하는 노하우가 조금 생겼다"고 말했다.
아직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시청자 수는 많지 않지만 고청 시청층이 생긴 것이 조그만 수확. 최근에는 목동구장으로 그를 찾아온 '원정팬'도 생겼다. 박 사원은 "얼마 전에 목동 롯데전 때 '마산에 있는 히어로즈 팬인데 출장길에 올라와서 캐스터님 한 번 보고 가려고 야구장 왔다'며 음료수를 하나 사들고 오셨다. 채팅창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신 분이 아니고 조용히 시청하시는 분인데 정말 감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채팅창이라는 소통 공간은 뿌듯함과 동시에 많은 고민을 안겨주기도 한다. 특히 팀이 크게 지고 있을 때나 부상 선수가 나올 때 시청자들의 동시다발적인 '한숨'은 캐스터의 고충. 그는 "잠실 두산전에서 노히트 노런이 나왔을 때는 정말 힘들었다. 있는 힘 없는 힘 다 뽑아서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가져가려고 했다. 끝나고 나왔을 때부터 감기가 걸려서 일주일을 갔다. 진이 다 빠진 느낌이었는데 쉴 수 없어 도라지를 구해먹고 병원을 찾아다녔다"는 에피소드를 털어놓기도 했다.
약 3시간 반 정도인 긴 시간 동안 방송을 혼자 끌어가야 하는 것도 자체 중계의 힘든 점. 박 사원은 "그래서 코너를 많이 만들고 있다. 저희 '히어로즈 TV'에서만 드릴 수 있는 구단 정보 등 차별화를 두려고 하고 있다. 코너 중에 '응답하라 히어로즈' 코너에서는 선수들과 통화하는 시간을 마련했는데 주로 한현희, 김택형 등 선발투수들의 등판 다음날 목소리를 들으실 수 있다. 얼마 전 서건창 선수 복귀 전에는 목소리가 오랜만이라 시청자 분들이 더 좋아하셨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의 보람은 많은 시청자들이 함께 한 팀을 응원하며 재미를 느낄 때다. 박 사원은 "멀리 보고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많은 팬들이 많이 오셔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요즘 제가 "히어로즈 팬이라면 히어로즈 TV에서 함께 하시죠"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같이 정보도 얻고 같이 응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같이 즐거운 방송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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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문 사원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