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전에 볼 수 없었던 정교한 플레이로 연패를 끊었다. 절체절명 위기의 순간, 투수 권혁(32)과 내야수 정근우(33)가 약속된 플레이로 견제 아웃을 합작한 것이다. 만루 위기를 2루 주자 견제사로 넘기는 고급 야구를 선보였다.
한화는 지난 23일 대전 넥센전에서 3-1로 승리하며 5연패 사슬을 끊었다. 결정적인 승부처는 7회초 넥센의 2사 만루 찬스였다. 여기서 염경엽 감독은 아껴뒀던 서건창을 대타 카드로 쓰며 한화를 압박했다. 안타 한 방이면 승부가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러자 한화 김성근 감독이 마운드에 올라와 내야수들을 모았다. 자칫 그대로 무너질 수 있는 위기의 상황, 권혁은 서건창과 승부에 온힘을 쏟았다. 볼카운트 2B2S. 투수와 타자 모두 승부를 봐야 할 카운트, 모두의 시선이 권혁과 서건창의 맞대결에 집중돼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권혁은 2루수 정근우와 두 눈이 마주쳤다. 정근우가 잽싸게 2루 베이스를 향해 뛰어갔고, 투구에 집중하던 권혁도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한 바퀴 돌아 2루에 견제구를 던졌다. 2루 주자 홍성갑이 런다운에 걸렸고, 정근우가 전력으로 쫓아가 태그 아웃했다.
이날 경기 승부를 가른 결정적 장면이었다. 모두가 투수-타자의 승부에 집중하고 있을 때 권혁과 정근우는 2루 주자의 움직임을 보고 있었다. 경험이 많지 않은 홍성갑은 2루 베이스에서 멀찍이 떨어진 상태였고, 위기의 순간에 권혁과 정근우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권혁은 "근우형과 둘이 맞춘 것이다. 넥센이 타이트한 상황에서 주자의 리드 폭을 크게 가져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에 대비해서 근우형과 이야기했다. 신호를 맞춰 견제를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넥센의 팀 특성을 고려한 준비된 플레이로 허를 찌른 것이다.
사실 지난해까지 한화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고급 야구'였다. 상대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어도 자칫 승부가 뒤집어질 수 있는 위기 상황에서 실행으로 옮기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팀이 5연패에 허덕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어려웠지만 한화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위기일수록 대담한 플레이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저력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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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