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의 2연패’ LG, 허술한 전략이 부른 참사
OSEN 윤세호 기자
발행 2015.06.24 06: 34

경기 내용이 너무 안 좋다. 벤치의 실수로 잡을 수 있는 경기들을 연속으로 놓쳤다. LG 트윈스가 깊은 수렁에 빠지고 있다.
LG는 지난 21일 목동 넥센전에서 스퀴즈 한 방에 무너졌다. 9회말 1사 3루에서 내야진에 5명을 놓는 극단적 시프트를 단행, 상대 타자 박동원에게 내야땅볼을 유도해 3루 주자 유재신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박동원의 번트 한 방에 뒤통수를 맞고 고개를 숙였다.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먼저 피치아웃이나 높은 공으로 상대가 어떤 작전을 들고 나오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내야진에 5명을 넣은 만큼, 박동원과 후속 타자를  고의4구로 출루시켜 더블플레이로 이닝을 끝내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당시 LG는 눈앞만 보는 것에 급급했다.  

23일 수원 kt전도 전략이 문제였다. 7회말 kt 타자들이 소사의 공을 공략하기 시작했으나, LG 덕아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6회까지 무실점 호투하던 소사만 믿었다가 결승 3점홈런을 허용하며 역전패 당했다.
아무리 늦어도 1사 1, 3루 이대형 타석에선 소사를 교체했어야 했다. 소사로 밀고나가면서 윤지웅과 신재웅 두 좌투수를 결정적인 순간에 써보지도 못했다. 경기 전에는 이동현의 7회 투입도 예고했으나 말 뿐이었다. 사실상 시즌아웃된 정찬헌의 공백만 여실히 드러났다.
문제는 이렇게 허둥지둥하는 모습이 시즌 내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병규(7번)의 엔트리 제외만 봐도 그렇다. 양상문 감독은 “병규는 더 일찍 내렸어야 했다. 올라올 것이라는 기대 심리가 있었는데 더 이상 늦어져서는 안 되겠다 싶어서 내렸다”며 이병규를 지나치게 오래 끌고 간 게 실수였다고 인정했다.
그런데 양 감독은 5월초에도 “지금 와서 보면 병규를 개막전부터 엔트리서 뺐어야했다. 목에 담이 왔을 때 다시 추스르고 돌아오게 했다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다”고 아쉬움을 표한 바 있다. 시즌 개막부터 이병규를 두고 3개월이 넘는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이미 상당수가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져있지만, 베테랑 기용법도 적절치 않았다. 지난 시즌까지 LG 베테랑 선수들은 돌아가면서 지명타자를 소화했다. 주중 3연전이 원정경기일 경우, 금요일 경기에서 최소 한 두 명은 선발라인업에서 제외됐다. 체력 부담을 덜고, 부상 없이 최대한 좋은 컨디션에서 시즌을 소화하게 배려했다.
올 시즌은 이러한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박용택과 정성훈은 부상이 아닌 이상 거의 매 경기에 출장했다. 경기 수가 늘어났고, 4일 휴식기는 없어졌는데, 베테랑 선수들은 이전보다 큰 부담을 안고 뛰다가 부상당했다. 최경철과 유강남의 경기 분배도 지나치게 최경철 쪽으로 쏠렸었다. 
엔트리 구성도 아쉽다. 지키는 야구를 하는 만큼, 경기 후반 투입될 수비형 야수가 꼭 필요하다. 지난 21일 목동 넥센전에서도 9회말 서건창의 타구만 잡았다면, 스퀴즈 패배 참사는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LG는 쓰라린 패배를 맛본 후에야 수비 범위가 넓은 외야수 이민재를 콜업했다. 이민재의 최근 엔트리 제외 날짜는 6월 3일. 지난주 1군 엔트리에 등록되는 데에는 아무 문제 없었다. 부상도 아니었다. 그동안 이민재는 꾸준히 퓨처스리그 경기에 나섰다.
양상문 감독은 반등을 위한 조건으로 올스타브레이크까지 승패마진 ‘마이너스 5’를 생각하고 있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전반기 남은 20경기에서 13승을 해야 한다. 주전포수 최경철이 복귀에 시동을 걸었고, 올스타브레이크 전후로 손주인 이진영 이병규(9번)도 합류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전력이 좋아져도 뚜렷한 전략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무엇보다 정찬헌의 이탈로 무너진 불펜시스템부터 제대로 구축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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