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번 김태균(33)은 외국인 투수들에게도 존중받는 타자다. 지난 19일 김태균에게 스리런 홈런을 맞은 NC 투수 에릭 해커는 "워낙 좋은 타자다. 큰 홈런을 맞아 아쉬웠지만 김태균이 워낙 잘 쳤다. 그의 타격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그런 김태균에게 굴욕감을 안긴 외국인 투수가 있었으니 바로 넥센 좌완 라이언 피어밴드였다. 피어밴드는 지난달 17일 대전 경기에서 대타로 나온 김태균과 첫 승부를 3루 땅볼로 처리했다. 4일 목동 경기에서는 유격수 병살타, 유격수 땅볼, 좌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지난 23일 대전 경기에서도 피어밴드는 2회 첫 승부에서 김태균을 3루 땅볼 아웃시켰다. 피어밴드에게만 5타수 무안타. 그것도 3번의 땅볼 아웃으로 모두 힘없이 굴러간 타구였다. 이상하게 피어밴드와의 승부에서는 김태균다운 타격이 되지 않았다.

김태균은 "그동안 계속 피어밴드 공을 계속 못 쳤다. 그냥 못 치는 게 아니라 굴욕적으로 못 쳤다. 손잡이에 맞거나 타이밍이 안 맞아 답답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2회 3루 땅볼은 손잡이 부근에 맞아 3루수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가는 타구였다.
그는 "그냥 못 치는 것과 굴욕적인 것은 다르다. 타구 자체가 창피했다. 제대로 맞은 타구가 없어 왜 피어밴드랑은 안 되는지 자존심도 상하고 마음이 답답했다. 이런저런 생각이 많았는데 결국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내 스윙을 하자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그 결과가 홈런이었다. 김태균은 4회 1사 1·2루에서 피어밴드의 바깥쪽 높게 온 128km 체인지업을 받아쳐 좌측 담장 상단을 맞히는 스리런 홈런으로 장식했다. 이날 경기 승부를 가른 결승 홈런. 무엇보다 피어밴드에게 뽑아낸 첫 안타이자 장쾌한 타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김태균은 "자신 있게 내 스윙을 했는데 때마침 실투가 들어온 것이다. 다른 생각은 경기 후에 하자고 생각했는데 잘 걸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6회 피어밴드와 이어진 승부에선 다시 유격수 땅볼로 아웃됐다. 결승 홈런을 치고도 스스로 '굴욕'을 이야기한 김태균은 여전히 뭔가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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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이대선 기자 sunday@osen.co.kr